[인터뷰] 데이브 더 다이버에 담긴 '넥슨의 초심'
"넥슨이 이런 게임도 만들어?"
'데이브 더 다이버'를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 버전으로 플레이한 유저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지난해 처음 공개한 넥슨의 도전이 결국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돈을 정승같이 쓴다는 유저들의 애정어린 타박과 응원도 뒤따랐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생태와 지형이 변하는 신비한 블루홀을 배경으로 한 넥슨의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다. 2D와 3D가 어우러진 특유의 도트 그래픽의 해저를 탐사하는 어드벤처 장르, 포획한 해양 생물로 스시 가게를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가 결합됐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난달 27일 스팀 플랫폼에서 얼리 액세스 돌입 후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닌텐도 스위치 등 플랫폼 확장도 진행 중이다.
현재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데이브 더 다이버의 다음 목표는 뭘지, 그리고 이를 지원한 넥슨의 비전은 무엇일지 김대훤 넥슨 부사장, 황재호 민트로켓 디렉터에게 묻는 시간을 가졌다.
Q. 데이브 더 다이버의 인기를 실감하는가?
[황재호 디렉터] 릴리즈 후 긍정적 평가나 고무적 인기를 실감하지는 못했다. 버그가 생각보다 많아서 버그를 고치느라 바빴다. 주변에서 연락이 오기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Q. 민트로켓은 소규모 개발팀인데, 여러 플랫폼에 대응하거나 콘텐츠를 추가할 때 지원이 필요하지는 않나?
[김대훤 부사장] 민트로켓이 소규모 조직을 지향하는 이유는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디렉터의 생각이 온전하게 조직에 퍼지기 위해서는 간접적으로 생각을 전달할 필요가 없는 20~30명이 적당하다고 본다.
앞으로 중앙 조직의 서포트를 늘릴 예정이다. 문제 해결에 있어 기술적, 플랫폼적 대응은 중요하다. 데이브 더 다이버가 민트로켓의 첫 타이틀이다보니 중앙 조직의 지원보다는 개발팀 스스로 분투하는 일이 많았는데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Q. 시연 버전으로 스위치 버전을 공개했는데 스위치가 가진 기능을 아직 제대로 다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개선할 예정이 있는가?
[황재호 디렉터] 민트로켓이 큰 팀이 아니라서 스위치에 꼼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조이콘을 미니 게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며, 정식 출시 때는 스위치에 훨씬 더 적합한 버전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Q. 게임의 흥행으로 외부에서는 넥슨에서 오랜만에 스타 개발자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는데 이런 시선을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김대훤 부사장] 사업이나 일의 성공엔 전략, 꼼꼼한 실행안, 그리고 꾸준한 실행이 중요하다. 민트로켓이 미약하나마 성공을 거뒀는데, 이는 전략이나 실행안의 문제가 아니라 재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황 디렉터 같은 엣지있는 개발자 발굴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중앙에서 기술적 지원과 조직적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여러 테스트를 거쳐 개발팀이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찾고 과감한 권한을 부여해 그 게임이 엣지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성공은 황 디렉터와 팀이 함께 노력한 공로다.
Q. UI와 UX의 최적화, 화면 크기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는가?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다른 콘솔 플랫폼 출시를 구상하고 있는가?
[황재호 디렉터] 스위치에서 확실히 폰트나 화면이 너무 작다는 내부의 피드백이 있었다. 한편 개발진은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 시연하시는 분들께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었는데 이를 개선할 예정이다. 마음 같아선 다른 콘솔 플랫폼으로도 출시하고 싶다. 팀이 소규모다 보니 게임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순차적으로 준비하겠다.
Q. 스위치 버전의 경우 QA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황재호 디렉터] 넥슨, 민트로켓 팀 모두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고 출시를 경험한 분이 한 명 있음에도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차츰 정리가 되어가고 있으니 예상 시점에는 안정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Q. 얼리 액세스 플레이 타임이 긴 편인데 정식 버전의 볼륨은 어느 정도인가?
[황재호 디렉터] 개발진의 기준으론 현재 플레이타임이 8시간 정도 되는데 더 길게 느끼실 정도로 꼼꼼하게 플레이해주셔서 유저 분들께 감사하다. 얼리 액세스 분량은 57% 정도다.
[김대훤 부사장] 스위치는 첫 경험이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콘솔 기기 대응은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의 정책이나 기술 요구 사항 대응을 중앙에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규모 조직이 겪는 어려움을 서포트해 그 조직이 창의성을 발현하고 구현하는 데만 집중하겠다. 본사가 체계적으로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Q. 민트로켓의 첫 작품이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는데 민트로켓의 앞으로의 계획과 서브 브랜드 도입 여부가 궁금하다.
[김대훤 부사장] 어떤 장르, 어떤 재미에 국한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정 장르를 20~25년 경험한 분에게는 과감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 분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게 회사의 역할이다. 특정 게임이나 장르를 고집하기 보다는 유저의 기대치를 과감하게 뛰어 넘을 수 있는 색다른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엔딩을 본 유저들 사이에서 멀티 플레이에 대한 니즈가 상당하던데 혹시 준비 중인가?
[황재호 디렉터] 단언하긴 어려우나 유저 분들의 니즈는 알고 있다. 어느정도 성과를 거둬 준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면 유저 분들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한다.
[김대훤 부사장] 처음에 황 디렉터님이 고민했으나 실제 게임에 필요한 부분인지 묻자 일단 빼셨다. 솔로 플레이 게임성에 집중한 만큼 확장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Q. 무기를 만들 때 모에(M.O.E.)와 관련된 게 들어가 있던데 모에를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황재호 디렉터] 모에의 경우 게임 내에 존재하는 덕후 캐릭터가 좋아할 만한 애니 세계관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넥슨에 모에라는 좋은 IP가 있어서 그 리소스를 회사에서 빌려서 쓸 수 있을까 요청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Q. 황재호 디렉터의 약력도 그렇고 앞으로도 인디 감성의 게임을 내놓을 것 같은데 어떤가?
[황재호 디렉터] 이 시점에선 차기작보단 버그를 고쳐야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을 구상하는게 맞고, 이블팩토리부터 5년간 쌓인 내공을 어떻게 쓸지 차분하게 생각하려 한다.
[김대훤 부사장] 인디 같아 보일 수는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배고픔 속에서 혁신이 일어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넥슨이라는 크고 단단한 울타리안에서 과감한 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 시간에 쫓기는 인디 게임보다 유리한 환경 속에서 최대한 개발자 분들이 창의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개인적으로 낭중지추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주머니 속에서 삐져나올 정도로 날카로운 분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Q. 얼리 액세스 버전의 경우 데이브가 심해로 내려가는 내용이 있다. 심해를 다루는 다른 게임의 경우 호러 감성을 가미한 경우가 많은데 데이브 더 다이브는 어떤가?
[황재호 디렉터]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빙하벽도 나오고 어두운 구역도 등장한다. 실제 바다 속으로 내려가면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판타지가 있는 게임이라 현실과는 조금 다른 그럴싸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Q. 스위치와 스팀 간 컷인 연출에 차이가 있는가?
[황재호 디렉터] 연출차이는 없지만 시간 스킵할 때 스팀 버전은 데이브 스팀팩을 들고 있는데 스위치 버전은 스위치를 들고 있다.
Q. 부스 현장에선 유저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황재호 디렉터] 느낌, 진동이 좋다는 피드백과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의견이 있었다. 전자는 긍정적으로, 후자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Q. 최근 많은 게임사가 인디 행사에 나온 인디 개발사나 학생을 대상으로 인디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고 있다. 넥슨은 어떤 식으로 인력 수급을 할 생각인가?
[김대훤 부사장] 내부에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을 찾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이 넥슨을 찾아오도록 만드는게 최종적 목표다. 넥슨은 그런 DNA가 내장된 재기발랄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회사 차원에서 그런 분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외부의 능력있는 개발진과의 협력이나 개발을 꿈꾸고 있다.
Q. 그래도 개발하는 입장에서 손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데이브 더 다이버가 개발비 이상을 벌었는가? 그리고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가?
[황재호 디렉터] 당연히 본전 이상 버는 것이 목표다. 많이 팔고 벌어서 도전하는 게 쉬운 과정은 아니며, 넥슨에 없던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고생한 팀원분들이 금은보화를 나눌 수 있도록 충분히 팔렸으면 좋겠다.
[김대훤 부사장] IP는 캐릭터와 스토리,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타이틀이 얼리 억세스임에도 많은 인정을 받아 주간 세일링 1등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IP화 된다면 넥슨의 또다른 IP로서 어떻게 키우고 자리잡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많이 지원할 예정이다.
Q. 개발자 입장에서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고 싶지만, 출시를 고려해서 타협해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나?
[황재호 디렉터] 지금도 많은 콘텐츠가 들어가 있지만 하고 싶은 건 더 많았다. 바다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정말 많다. 난파된 보물선 등 바다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경험을 많이 구현하고 싶었는데 인력적 문제로 많이 커트했다. 현재 콘텐츠에 집중하고자 한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황재호 디렉터] 경영진이 허들을 주기적으로 가져왔다. 다양한 사람들과 테스트를 진행했고 피드백을 날것에 가깝게 받아 소화할 수 있었다. 끊임없는 스파링 같은 테스트 끝에 점차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그 결과물이 현재의 데이브 더 다이버다. 힘겨운 스파링을 거쳐 유저분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볼 수 있어 기쁘다. 플레이한 유저 분들께 게임으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
[김대훤 부사장] 넥슨이 좋은 IP를 가졌고 라이브 운영을 잘 하는 회사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기쁘다. 그러나 넥슨은 본질적으로 개발사다. 감히 몇 년 전부터 개발사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노라 말했는데 그 발언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기대된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내부의 열정 넘치는 개발진과 함께 노력하겠다. 관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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