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양현종, '줄행랑'의 대가는 컸다...속절없이 당한 행복한 170승 물세례 [유진형의 현장 1mm]

유진형 기자 2024. 4.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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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도 안보고 전력 질주로 도망갔는데...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필사적이었다. 전력 질주로 줄행랑쳤지만, 앞뒤로 퇴로가 막히며 속절없이 당했다. 

양현종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챙겼다. 지난해 5월 162번째 승리를 거두며 KBO리그 통산 다승 단독 2위로 올라섰던 양현종은 이날 승리로 개인 통산 170승(114패)을 거두며 KBO리그 최다승을 목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부문 기록은 송진우의 통산 210승이다.

통산 170승 달성한 양현종이 경기 후 물세례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날 김도영을 앞세운 KIA 타선을 무시무시했다. 홈런 2개를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폭발하며 13득점으로 키움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승리 후 후배들은 양현종의 통산 170승 기념구를 챙기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날 수훈 인터뷰는 양현종이었다. 하지만 시선은 더그아웃에 쏠렸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인터뷰하는 동안 더그아웃은 분주했다. 후배들이 양현종 물세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아이스박스에 물과 얼음을 가득 채운 뒤 양손에 물병을 들고 뛰어나갈 준비를 했다. 장현식은 배트까지 들었다.

하지만 프로 18년 차 양현종은 쉽게 당하지 않았다. 물세례를 직감한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전력 질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절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집념의 줄행랑이었다. 그렇지만 후배들이 한 수 위였다. 몇몇 선수들이 뒤로 돌아 뛰며 양현종의 퇴로를 막았고 양현종은 엄청난 물세례를 속절없이 맞고 말았다. 배트를 든 장현식은 마지막까지 양현종의 엉덩이를 때리며 즐거워했다.

양현종이 통산 170승 달성할 때 신었던 스파이크를 팬에게 선물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통산 170승 물세례를 받은 양현종이 팬들에게 박수치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팬들 앞에서 170승 물세례를 받은 양현종의 표정은 행복함이 가득했다. 온몸이 물에 젖었지만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은 연호하는 팬들에게 박수치며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신었던 170승 스파이크를 들고 관중석으로 올라가 여성 팬에게 선물했다.

한편 양현종은 언제나 KIA 팬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다. 그는 투구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자유계약(FA)을 할 때도 미국 도전을 할 때도 "오로지 타이거즈만 바라봤다.", "타이거즈 출신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하겠다."라며 팀 사랑을 먼저 외친 그다. 

타이거즈 레전드 길을 걷고 있는 양현종의 마지막 목표는 KBO리그 최다승이다.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지만, 내가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송진우 선배님의 기록을 넘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통산 170승 물세례를 받는 KIA 양현종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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