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빙빙 돌고, 생살 뜯기고'.. 감옥 같은 실내동물원

【 앵커멘트 】

지난해 12월부터 전시동물들의 복지를 위한 '동물원 허가제'가 시행됐는데요.

기존 동물원들은 2028년까지 적용이 유예돼 아직도 많은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와 관련한 기획보도 전해 드립니다.

먼저 곰과 호랑이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는 대전의 한 실내동물원 상황을 살펴봅니다.

전유진 기자입니다.

【 기자 】

대전의 한 실내동물원. 원룸 한 칸 크기도 안 되는 좁은 사육장 안에서 곰 한 마리가 같은 장소를 빙빙 돌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의미 없는 행동을 계속하는 '정형행동'입니다.

호랑이는 배와 옆구리와 앞발 등에 생살이 뜯긴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비좁은 공간에 호랑이 두 마리를 몰아놨다가 서로 싸우게 되면서 다친 상처입니다.

▶ 인터뷰(☎) : 김정호 / 청주동물원 의료팀장 수의사 - "공간 자체가 굉장히 좁고요. 행동을 다양하게 표출할 수 있는 그런 구조물들이 별로 없고요. 그래서 무기력하게 이제 잔다거나 아니면 정형 행동을 한다거나.."

TJB 대전방송 24-06-10 TJB 8 뉴스

한쪽에서는 꼬챙이에 닭고기를 꽂아 맹수 먹이 주기 체험용으로 팔고, 실내 사육장마다 조그맣게 고기를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설치돼 있습니다.

단순 오락을 위한 먹이 주기 체험은 법으로 금지됐지만 동물원 측은 교육적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말 교육적인지는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인터뷰(☎) : 박은영 /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게 교육적 효과가 있는 건가.. 사람이 생명을 잘 존중하고 아끼는 사회라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그런 것들을 잘 전할 수 없겠다."

해당 동물원을 찾은 시민들도 좁은 공간에 갇힌 맹수들이 불쌍하고 딱해 불편했다는 게시글을 다수 올렸습니다.

동물들이 특성에 맞게 살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학대받지 않는 환경 마련을 위해 동물원 허가제가 시행된 건 지난해 12월.

기존에 만들어진 동물원은 적합한 사육환경을 갖추게 한다며 2028년까지 적용이 유예됐지만 그 사이 동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TJB 전유진입니다.



(영상취재 이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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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진 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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