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등장해 지금까지 세대를 거듭해온 미국의 대표 머슬카, 닷지 챌린저와 차저가 단종 절차를 밟는다. 올해 12월 31일부로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8기통 대배기량 머슬카의 한 축이었던 두 차종의 퇴장이다.
챌린저는 1969년 최초 등장해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와 경쟁 관계를 형성했던 2도어 쿠페다. 1978년 2세대가 나왔고, 1983년 단종하며 데이토나에게 바통을 넘겼다. 2008년엔 3세대로 부활하며 지금까지 무려 15년 간 팔리고 있는 장수 모델이다. 오리지널 챌린저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보닛과 각 잡힌 펜더가 챌린저의 핵심이다.


차저는 1966년생으로 3살 형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 속 빈 디젤의 애마로 유명하다. 5세대까지 2도어 쿠페 형태를 유지하다가, 2005년 챌린저와 간섭 피해 4도어 스포츠 세단으로 거듭났다. 이 차 역시 마지막 7세대가 2011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장수 모델이다.



내연기관 머슬카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모델은 챌린저 SRT 데몬 170. ‘악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엔진 출력은 1,025마력을 넘긴다(E85 에탄올 연료 사용 시). E10 등급의 가솔린을 넣으면 900마력으로 내려간다. 닷지가 밝힌 0→시속 60마일 가속은 1.66초. 현존하는 어떤 수퍼카보다도 발진가속이 빠르다. 변속기는 8단 자동기어.
실제 이 엔진은 캠샤프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기존과 다르다. 수퍼차저 용량은 2.7→3.0L로 늘리고, 스로틀 바디는 92→105㎜로 키웠다. 부스트 압력은 15.3→21.3psi로 대폭 늘었다(챌린저 SRT 헬켓 대비). 또한, 데몬 170엔 휘발유에 몇 %의 에탄올이 있는지 알려주는 엔진 관리 기능이 들어갔다. 이를 통해 엔진 출력을 최적화하는데, 가령 에탄올의 비중이 65% 이상일 때 1,025마력을 뽑아낸다. 운전자는 계기판 그래픽을 통해 에탄올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8기통 머슬카는 사라지지만, 전기 머슬카가 새 판 짠다!


닷지는 챌린저와 차저를 단종하는 대신, 2024년 첫 번째 전기 머슬카를 선보일 계획이다. 스텔란티스의 전동화 플랫폼 ‘STLA 라지’를 바탕으로, 네 바퀴 굴림(AWD)이 기본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닷지 차저 데이토나 SRT 콘셉트를 통해 양산 모델을 가늠할 수 있다. 1960년대 클래식한 닷지 머슬카의 외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실내는 16인치 커브드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좇았다. 배터리 용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개의 전기 모터로 최고출력 807마력, 최대토크 97.7㎏‧m를 뿜는다. ‘헬켓’ ‘데몬’을 대체하기에 손색없는 성능제원을 갖췄다.



다만, 기존 V8 머슬카 마니아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건 ‘사운드’에 있다. 8기통 특유의 우렁찬 사운드가 없는 전기차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니까. 다행히 닷지는 오리지널 머슬카의 포효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령, 데이토나 SRT 콘셉트는 프랫조닉 챔버 배기와 앰프를 통해 최대 126dB(데시밸)의 가상 배기음을 내도록 설계했다. 또한, e럽트(eRupt)라고 부르는 변속기를 넣어, 머슬카 특유의 투박한 변속 감각도 구현했다.
이러한 구성은 얼마 전 현대차가 공개한 아이오닉 5 N에서도 만날 수 있다. 차 내부엔 8개의 스피커, 외부엔 2개의 스피커를 심어 고성능 내연기관차 같은 실감 나는 가상 사운드를 연출했다. 또한, 가상의 엔진 RPM과 변속기를 구현해, 마치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질감을 만들었다. 물론 실제 기름을 태워 달리는 기존 차와 100% 같진 않겠지만, 닷지 역시 V8 머슬카 고유의 질감을 실감나게 구현할 전망이다.
글 강준기 기자( joonkik89@gmail.com)
사진 닷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