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념식에서도 4·3 흔들기..."처벌 근거 마련 필요"

(앵커)
제75주년 제주 4·3 추념일인 오늘(3) 추념식장 인근에서는 유례 없는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극우 단체의 집회로 4·3 단체와 충돌한 건데요.

최근 4·3 역사 왜곡과 폄훼 등 4·3흔들기가 계속되면서 처벌 규정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동은 기잡니다.

(리포트)
승합차량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며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밀어, 나와"

경찰과 밀고 밀리는 대치 상황도 이어집니다.

극우 성향 단체인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 회원 3명이 4·3 추념식장 인근에서 집회를 강행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제주 4·3 단체와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돌 상황이 빚어진 겁니다.

"얼마나 사람을 더 죽이려고 여기를 내려온거야"

1시간 넘게 계속된 대치 상황 속에서, 서북청년단의 집회는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추념식장 인근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도 잇따랐습니다.

서북청년단은 4·3 당시 군경과 함께 무차별 학살을 자행한 단체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양성주 /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 부회장
"사과를 해도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여기와서 집회를 한다고 하니까 유족의 입장에서 분통이 터집니다. 재산을 강탈하고 부모, 형제를 죽이고 누이를 겁탈했던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이 땅에 와서 집회를 한다는 말입니까"

충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경찰의 집회 허가 결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됩니다.

임기환 /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4·3 추념식이 열리는 장소에서 더군다나 4·3을 왜곡하는 집회이고, 충돌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것을 방기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서북청년단은 집회의 자유가 짓밟혔다며 추가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최근 유례없이 4·3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동은 기자
"4·3 왜곡과 폄훼 논란으로 얼룩진 올해 4·3 추념식을 계기로 특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4·3 특별법에는 명시적 내용만 규정됐을 뿐,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언제쯤 처리가 될지는 미지숩니다.

최근 4·3이 공산폭동이라는 왜곡, 폄훼 현수막에 이어, 극우 성향 단체의 집회까지,

화해와 상생으로 이어져 온 제주 4·3의 가치가 또 다시 이념 논쟁에 휩싸이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고승한

JIBS 제주방송 김동은(kdeun2000@hanmail.net) 고승한(q890620@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