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소설가 카프카의 ‘열리지 않는 문’… 그리고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김유태의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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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고(Largo) : '아주 느리게, 풍부한 표정으로'라는 의미를 가진 음악 용어입니다.
훗날 '카프카의 문지기 비유'로 널리 알려질 이 소설을 카프카는 꽤 아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모든 해석을 감안하더라도 인간이 지향하는 모든 욕망은 언제나 자신만 열 수 있는 한 겹의 문 뒤에 숨겨져 있다.
그렇다면, 저 문지기는 사내 그 자신이 만든 환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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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1915년 작품 ‘법(法) 앞에서’는 은유와 상징이 눈부신 초단편 소설이다.
한 사내가 문지기에게 찾아와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청한다. 문지기는 크게 웃으면서 사내에게 “문 안으로 들어가는 건 가능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고 말한다. 또 “문 안으로 들어가도 두 번째, 세 번째 문앞에 더 강한 문지기가 버티고 서 있다”고도 강조한다.
몸이 굳어가던 사내는 문지기에게 그동안 묻고 싶었던 최후의 질문을 던진다. “왜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이가 나 말고 없는 거요?” 문지기는 답한다. “아무도 이 문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으니까. 왜냐하면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문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모든 해석을 감안하더라도 인간이 지향하는 모든 욕망은 언제나 자신만 열 수 있는 한 겹의 문 뒤에 숨겨져 있다. 그렇다면, 저 문지기는 사내 그 자신이 만든 환영은 아닐까. 자신이 만들어낸 통제자 때문에 인간은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열리지 않는 각자만의 문앞을 서성거리는 방랑자 신세다. 입장 허가를 기다리지만 팡파르가 울리는 순간은 적다. 행복보다 불행의 총량이 많은 이유다.
그뿐인가. 쓰러질 듯 지친 우리는 열쇠구멍이 보이지 않는 그 문앞을 이탈한다. 좁은 문 대신 넓은 문을 택하며, 그조차 버거우면 문앞을 떠나버린다. 그렇게 거리로 나가 행렬에 합류해 익명으로 남는다. 익명의 곁에서 익명이 된다. 그게 차라리 편하다.
그보다 앞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연을 둘로 나눠 설명했다. 자발적 우연(아우토마톤)과 행운적 우연(튀케). 아우토마톤은 비의도적이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우연이고, 튀케는 인간이 ‘목적’을 갖고 진행하는 활동 속에서 조우하는 우연이다. 카프카의 사내가 간절히 붙들어야 했던 단어는 그러므로 ‘튀케’이지 않았을까.
문이 열렸으니 두 번째, 세 번째 다음 문을 열 가능성도 획득했다. 헤겔식으로 말하면 그건 우연의 집적이 허락해 준 필연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식으로 표현한다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사건은 튀케였음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우연과 필연, 그건 문앞에서 결과를 기다려본 자만이 알 수 있는 무엇이다. 인간이란 우연을 우연으로 여기지 않는 유일한 동물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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