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발길 돌린 주담대 행렬…지역농협·새마을금고 몰린 이유

(왼쪽부터) 농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 제공=농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금융권의 연초 금리 역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상 금리가 낮고 안정적인 시중은행을 떠나 지역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으로 대표되는 제2금융권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몰리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집중하는 사이 상호금융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넉넉한 대출 한도를 제시해 주담대 행렬이 이어진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호금융권 금리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의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17%였으나, 지역농협의 평균 금리는 연 4.0% 수준으로 조사됐다. 부산지역 한 새마을금고는 3개월 평균 3.59% 수준의 주담대 금리를 운용했는데, 이는 당시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금리(4.02~4.3%)보다 0.5%p 이상 낮은 수치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시중은행을 압박하면서 가산금리가 인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기업대출이 위축된 상호금융권은 주담대 유치를 위해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리보다 실수요자에게 결정적으로 작용한 요인은 한도이다. 시중은행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제2금융권은 50%까지 허용된다. 10%p 차이에 불과하지만 차주가 체감하는 격차는 상당하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금리 4.5%, 만기 40년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제2금융권에서는 4억6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시중은행을 이용할 경우 약 3억7000만원 수준에 그쳐, 최대 9000만원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금리보다 필요한 자금 규모를 제때 조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금리도 낮고 한도까지 더 나오는 상호금융 주담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으로는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시스템의 새로운 취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호금융권은 이미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감독이 강화된 상황에서 가계 주담대까지 빠르게 늘면서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한달 사이 2조3000억원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상호금융권에서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의 무게 중심이 시중은행에만 쏠린 사이, 가계·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제2금융권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주담대 조이기로 자금 수요와 리스크가 감독·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호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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