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이승용
르망 24시는 언제나 그랬듯, 단순한 내구 레이스 이상의 무대다. 스파르탄의 체력, 기술의 총화, 인내의 미학이 집약된 이곳에서, 포르쉐는 또 하나의 전설에 다가서고 있다. 펜스케 모터스포츠 소속의 4번 포르쉐 963이 올해 르망에서 우승할 경우, 브랜드는 역사상 최초로 르망 20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페라리의 11회, 아우디의 13회 우승을 넘어서는 수치다. 르망이라는 이름 앞에 '포르쉐'가 거의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0년대부터 이어진 포르쉐의 도전은 언제나 세 단어로 요약된다. 혁신, 전략, 그리고 신뢰성.
특히 이번 시즌에 투입된 포르쉐 963은 LMDh 규격의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으로, 시스템 효율과 기계적 완성도 면에서 타 브랜드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르망에서는 한 명의 드라이버가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한다. 닉 탠디. 그는 이미 올해 IMSA에서 데이토나 24시와 세브링 12시를 연달아 제패했다. 르망까지 우승한다면, 한 해 동안 세 개의 내구 레이스 빅 이벤트를 모두 석권하는 단일 시즌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처음으로 달성하게 된다. 커리어 통산 기준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드라이버는 있었지만, 단일 시즌에 세 대회를 모두 우승한 사례는 아직 없었다.
4번 포르쉐 963에는 닉 탠디와 함께 파스칼 베를라인, 펠리페 나스르가 탑승한다. 이 조합은 2024~25 IMSA GTP 클래스에서 강력한 페이스를 이어오며, 데이토나, 세브링, 라구나 세카를 연승으로 장식했다. 반면 FIA WEC에서는 토요타와 페라리에 비해 시즌 초반 고전했지만, 르망이라는 무대에선 오히려 포르쉐의 집중력과 전략 운용 능력이 빛난다.

하이퍼폴 예선 결과, 4번 차는 5번 그리드에 자리했다. 선두권과의 격차는 크지 않다. 르망은 스타트보다 피니시가 중요한 레이스다. 하이브리드 에너지 회수와 배분 전략, 야간 주행 시의 안정성과 내구성이 이번 레이스의 승패를 좌우할 변수다. 지난해와 올해 초반 문제가 되었던 전기 시스템 과열과 리어 다운포스 불균형은 대부분 해소됐으며, 현 시점의 포르쉐 963은 가장 완성도 높은 LMDh 머신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르쉐에게 이번 르망은 단순한 우승이 아니다. 브랜드 역사와 기술 철학, 그리고 내구 레이스의 미래를 좌우할 전환점이다. 르망 20회 우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르망이 포르쉐에 남긴 전통이자, 포르쉐가 르망에 되돌리는 신뢰의 증표다.
탠디와 나스르, 그리고 펜스케의 전략이 르망의 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 그리고 24시간 후, 포디움 위에서 울려 퍼질 이름이 무엇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포르쉐는 다시 한 번, 전설이 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