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연이 미국에서 살인자로 몰린 한인 응원한 이유

스티븐연, 다큐영화 '프리 철수 리'에 동참한 까닭은?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영화 '프리 철수 리'에 공감해 작품을 추천한 스티븐 연. 사진은 지난 13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당시 모습.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시련을 견디는 회복의 이야기이자 인내에 대한 이야기다. 아시안계 이민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 스티븐 연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진심 어린 공감을 표했다.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고 밝히면서 추천과 응원이 메시지를 보탰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아닌데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른 영화를 소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스티븐 연이 "깊이 공감했다"고 재차 밝히고 관람을 추천한 영화는 1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감독 하줄리 이성민·제작 이철수다큐멘터리 유한책임회사)이다. 스티븐 연은 "연출자인 두 감독이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느낀 감흥이 관객에 그대로 전달되길 간절히 바랐다.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배우 스티븐 연이 인종차별로 인해 살인자가 된 한인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 '프리 철수 리'에 대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추청했다. 사진제공=커넥트픽쳐스 

● 1970년대 살인 누명 쓴 이민자 청년 이철수 이야기

'프리 철수 리'는 1970년대 미국에서 두 건의 살인으로 10년간 재판을 받은 한인 이민자 이철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미국 경찰의 지목으로 억울한 살인 용의자가 돼 수감된 청년 이철수는 경찰과 사법부가 자행한 인종차별에 맞서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철수 구명 운동'을 시작하게 만든 결정적인 주인공이다.

'프리 철수 리'에 대한 추천 영상으로 작품에 힘을 보탠 스티븐 연. 사진제공=커넥트픽쳐스 

영화는 살인 누명을 썼다가 실제 살인자가 된 이철수의 이야기를 통해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만연했던 아시안계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바고, 또 다른 쪽에서 인종차별에 맞선 이들에 주목한다.

연출을 맡은 저널리스트 하줄리, 이성민 감독은 뚝심의 시선으로 이철수 구명 운동에 관한 자료를 발굴해 영화에 담았다.

스티븐 연이 '프리 철수 리'을 통해 받은 감흥을 밝히고 관객에 작품을 추천한 데는 한인 이민자 2세로 이철수의 삶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5세 때 부모와 미국으로 건너와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스티븐 연에게 이민자 이철수가 당시 미국에서 겪은 일들이 곧 자신의 경험이자 주변의 일이기도 했다.

'프리 철수 리'는 1970년대 인종차별로 인해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된 한인 청년 이철수의 구명 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사진제공=커넥트픽쳐스 

특히 현재 미국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벌이는 그는 이민자의 이야기를 통해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인 영화 '미나리'를 통해 아시안 배우로는 처음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에서도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풀아내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런 이유로 '프리 철수 리'에 힘을 보탠 스티븐 연은 "우리 모두가 지켜봐야 할 아름다운 이야기"라며 "(관객)여러분이 이 영화를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프리 철수 리'는 개봉에 앞서 선댄스영화제 초청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인종차별로 인해 누명을 쓰고 피폐해진 이민자의 삶을 넘어 그 억울한 인물을 구명하고자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자발적인 운동이 지닌 저력을 힘있게 담은 덕분이다. 이민자와 인종차별이란 상황에 놓여 복잡하게 펼쳐지는 한 청년의 삶이 관객에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18일 개봉하는 '프리 철수 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커넥트픽쳐스 

영화의 주인공 이철수의 삶은 지난 9월 SBS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통해 소개돼 대중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이철수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구명 운동에 나서고, 아무도 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자 직접 변호사가 돼 변호를 맡은 재미 일본인 3세 랑코 야마다 씨의 사연이 방송에서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랑코 야마다 씨는 영화에 대해 "이 이야기는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한 미국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이자,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많은 관객이 극장에서 작품을 관람하길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