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 is]② 천상영號, '전임' 색깔 지우기…멀어지는 톱2

천상영 대표와 서울 중구 신한라이프 본사 전경 /그래픽=박진화 기자

신한라이프의 성장 전략, 경영 노선이 급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슬로건으로 내세운 '톱2 생명보험사' 구호가 사라진 데다 외형 확대를 기치로 내건 경영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신임 천상영 신한라이프 대표 체제로 조직이 재편되면서 전임 이영종 대표가 축적한 '성장'의 색깔을 지우고 '관리와 통제'를 덧입히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산 규모는 60조1718억원이다. 같은 시점 삼성생명은 295조5781억원, 한화생명은 127조1997억원, 교보생명은 128조8350억원을 기록했다. 상위 생보사들과 신한라이프들과의 자산 격차는 구조적으로 큰 수준이다.

자산 증가 속도에서는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신한라이프의 자산은 2023년 4분기 58조5083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60조171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279조4741억원에서 295조5781억원으로 외형을 크게 키웠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역시 자산을 127조원대, 128조원대로 확대했다. 상위 생보사들이 외형 확장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신한라이프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에 불과했다.

보험사의 주요 성장 지표로 꼽히는 보험계약마진(CSM)을 보면 신한라이프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회사의 CSM은 2023년 4분기 7조168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7조6092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폭은 크지 않았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CSM은 12조2474억원에서 14조0470억원으로 늘어 타사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한화생명은 CSM 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은 교보생명도 같은 기간 5000억원 이상 CSM을 늘렸다.

/정리=박준한 기자

자산과 CSM 모두에서 신한라이프의 순위는 통합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상위 생보사와의 격차를 좁힌다는 일념으로 '톱2' 전략을 최우선으로 시행했지만 최근의 행보는 이와 어긋나고 있는 것이 객관적인 수치에서 확인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후순위채권 발행 등 자본 조달에 나서며 재무 여력을 보강했다. 다만 자본 확충이 곧바로 외형 성장이나 시장 지위 변화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숫자 방어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한 흔적은 제한적이다.

재무통으로 일컫는 천 대표가 취임했지만 그가 수장으로 앉고 난 직후 단행한 첫 조직개편에서 성장의 키워드를 읽을 대목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본부 수를 줄이고 부서를 세분화하며, 외형 확대보다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구조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른 보험사 한 임원은 "(신한라이프 조직 개편과 관련) 영업 효율 관리 기능은 재무 부문으로 이관했고, 상품 단계부터 수익성과 리스크를 함께 점검하는 체계"라며 "성장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숫자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선택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톱2라는 표현이 공식 메시지에서 사라진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공격적인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현재의 조직 구조와 자원 배분에 맞는 범위를 설정하겠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외형 확장을 상징하던 전임 체제의 언어를 지우고, 관리 중심의 전략으로 무게를 옮긴 셈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목표가 먼저 제시되고 숫자가 따라가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숫자를 유지하는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며 "전임 체제의 성장 구호를 정리하고, 리스크 통제가 가능한 전략을 택한 흐름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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