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일으키던 2000년대의 유물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지갑, 열쇠, 립글로스, 전화기 그리고 니콘(Nikon) 쿨픽스 L15(Coolpix L15) 디지털카메라. 2008년 핫 걸의 가방 속 필수 아이템이었던 디지털카메라가 2022년 핫 걸의 필수 아이템으로 돌아왔다. 조그마한 디지털카메라가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판치는 세상에서 무려 15년 전에 유행했던 디지털카메라가 다시금 유행하는 것은 확실히 놀라운 일이다. 오늘날 ‘폴더폰’과 헤드폰이 부활하면서, 자연스레 디지털카메라 또한 부흥을 맞이하게 되었다. 벨라 하디드(Bella Hadid), 찰리 더멜리오(Charli D'Amelio), 데본 리 칼슨(Devon Lee Carlson)이 손목에 디지털카메라를 건채 등장하자, 수많은 이들이 그들을 쫓아 디지털카메라의 유행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미 틱톡(TikTok)에서 #digitalcamera 해시태그는 8,8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햇살이 내리쬐는 이미지와 함께 “당신은 이번 휴가에 디지털카메라를 챙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캡션이 적힌 게시물을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200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디지털카메라의 미학은 선명한 듯 하지만 마치 꿈처럼 흐릿한 화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에밀리 비니(Emily Beany)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스냅 사진을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틱톡에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곤 한다.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함께 디지털카메라를 즐겨 사용하던 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그가 사용하던 작은 은색 디지털카메라를 다시 꺼내 쓰는 기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에밀리는 “할아버지의 렌즈를 통해 나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본 내 세상은 확실히 덜 가혹한 편이다. 나의 불안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사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에 가까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노스탤지어는 Y2K부터 인디 슬리즈에 이르기까지, 돌고 도는 유행의 핵심과도 같은 요소이다. 우리는 늘 끊임없이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무언가 재창조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의 디지털카메라 유행도 예외는 아니다. 패션 역사가이자 트렌드 분석가인 레이첼 웨인가튼(Rachel Weingarten)은 i-D와의 인터뷰에서 “맨 처음 디지털카메라가 나왔을 때만 해도 키치하거나 트렌디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최신 아이폰(iPhone)만큼이나 흥미진진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몇 년에 걸쳐서도 장난스러움에 포커스를 둔 하위문화가 유행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는 기술 또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에밀리가 디지털카메라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디지털카메라만 있다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것만 같다.”라고 말했다. “SD 카드를 연결해서 내가 오늘 한 일들과 입었던 옷을 확인하고, 다음날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기 전에 오늘 찍은 사진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는 굉장히 독특하다. 사진 작가이자 인스타그램 계정 @digicam.love의 공동 설립자인 바오 응오(Bảo Ngô)는 종종 작업하는 데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곤 한다. 그는 “부모님 몰래 마이스페이스(Myspace) 계정을 만들던 20대 시절이 생각난다. 디지털카메라는 확실히 흥미로우며 반항적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나는 전업 전문 사진 작가로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많은 이들이 내가 2006년부터 이 콤팩트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카메라의 노이즈가 필름 카메라의 그레인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풍부한 질감과 다양한 특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복고풍 무드를 좋아한다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필름 카메라의 값비싼 인화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일 것이다. 25달러짜리 중고 소니(Sony) 사이버삿 T10(Cybershot T10)을 구매한 바오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늘 경제적으로 감당 가능한 촬영 장비를 선택해왔다.”라고 말했다.
디팝(Depop)에서 중고 카메라를 판매하는 매장 ‘Apeture Priority’를 운영하는 조(Jo)는 최근 몇 달 동안 디지털카메라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에 있어서 합리적인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 만큼, 디지털카메라가 사진에 입문하기 좋은 기기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만 해도 사람들이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불과 2년 후 매장에서 판매되는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의 비율은 50:50에 다다르게 되었으며, 요즘은 오히려 필름 카메라보다 디지털카메라가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동안 참신함에 무뎌져 있었던 것만 같다. 모든 것이 휴대폰 하나로 가능해졌고 선택지는 애플(Apple)과 안드로이드(Android)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저마다 각기 다른 미학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모든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디지털카메라 또한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유행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디지털카메라 팬들은 후지필름(Fujifilm) 파인픽스(Finepix)를 사진을 촬영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레이첼(Rachel)이 언급한 것처럼 일부 사람들에게 디지털카메라란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레이첼은 “우리는 이미 지나치게 발전된 기술 속에 살고 있는 만큼, 디지털카메라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트렌드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의 유행은 당분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집 구석에서는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를 하나쯤 발견할 수 있으며, 중고로는 단돈 $15에 구매할 수도 있다. 바오는 “저렴하면서도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도처에 깔려 있다. 이 작은 기기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만큼, 더욱 많은 이들이 이러한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을 널리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에디터 Anna Samson
번역 Park Jiwoo
싸이부터 (여자)아이들까지, 흥미로운 케이팝 샘플링의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