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미국·인도를 10일간 쉴 새 없이 오가며 글로벌 경영에 나섰다. 특히 중국 방문에서 CATL, 시노펙, 위에다그룹 최고경영진과 연쇄 면담을 가지며 배터리와 수소 산업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지난 2017년 정 회장이 “꿩 먹을 것은 먹는다”며 중국 시장 재도전을 선언한 지 9년 만의 본격적인 재공략 시동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하고, 2027년까지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14만대에서 16만대로 추락한 뼈아픈 역사
현대차의 중국 시장 성적표는 참담하다. 베이징현대는 2016년 114만대 판매로 정점을 찍은 뒤 8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2024년 16만대 미만까지 추락했다. 글로벌 톱4 완성차 업체가 세계 최대 시장에서 ‘주변적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현대차가 전동화 역량을 여전히 ‘개방 중’인 단계라고 했는데, 중국에서는 신에너지차가 이미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상황”이라며 “크게 뒤처졌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실제로 베이징현대의 첫 전기차 일렉시오는 지난해 10월 출시 후 11월 221대, 12월 228대 판매에 그쳤다. 월 150만대 규모의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극히 미미한 수치다.

현지화 실패가 부른 위기
노무라증권 조엘 잉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초점은 국내 브랜드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분석가는 “현대차가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초점은 오랫동안 서구 시장에 맞춰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중국 사업을 관할하는 부서를 2019년에야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이전했다. 2020년 전후 영입한 중국인 고위 임원들은 충분한 권한이 없어 곧 떠났다. 중국 시장 전략이 ‘발표’와 ‘실제’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현지화에 실패한 것이다.
2030년까지 20개 모델 출시 승부수
베이징현대는 2025년 21만대를 판매하며 8년 만에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 증가는 부분적으로 수출 물량 6만대에 기인한 것으로,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20개 모델을 출시하고 그중 14개를 전기차로 구성하며 연간 판매 50만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와 장젠용 베이징자동차 회장은 1월 중순 회동 직후 “전동화 및 지능형 기술의 핵심 역량을 개방하고, 선임 기술 전문가를 파견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국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스바겐과 도요타도 현지 맞춤 전략을 펼쳤지만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뒤늦은 재도전이 의미 있는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 로컬 브랜드가 주도권을 잡은 ‘초경쟁’ 시장에서 정의선 회장의 ‘꿩 먹기’ 전략이 통할지, 2026년이 현대차 중국 사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