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in] “해녀 삼촌, 내 눈에 BTS로 보여” 해녀가 된 제주 어부의 딸

MZ 해녀 이유정 씨와의 인터뷰 기사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공개됩니다.

바당. 바다를 제주 방언으로 부르는 말이다. ‘제주 바당’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호 방파제 위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 위 햇빛들이 반사되어 피아노 건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바당에는 이미 많은 해녀가 물질 중이셨다. 해녀들이 숨을 쉬는 소리인 ‘휘~~’ 소리를 뚫고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인터뷰하시기로 한 기자님이시죠? 그쪽으로 갈게요”

무거워 보이는 테왁 망사리를 힘껏 들고 방파제로 오른다. 테왁은 해녀들이 물질 중 잠시 쉴 수 있는 물질 도구이다. 테왁에 망사리를 붙여 물질 중 잡은 해산물을 보관한다.

방파제에 오르고 있는 이유정 해녀

“많이 잡으셨네요?”

“많이 줄어든 거에요.”

혹시 기후변화 때문일까?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해녀들이 작업 후 정리하는 장소로 이동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궁금했다. 바다까지 오게 된 그 여정이 말이다.


“저에겐 해녀 삼촌들이 BTS였어요”

막 작업을 마치고 인터뷰 중인 이유정 해녀

그는 제주 토박이다. 더욱이 제주 어부의 딸이다. 제주 바당. 특히 지금 그가 작업하는 이호 바다는 그에겐 놀이터이자 집이었다.

그는 어릴 적 제주 바다를 회상했다.

아버지 뱃소리가 들리면 아버지 오셨다 하면서 뛰어나갔어요. 배도 묶어 드리고 그러면 해녀 삼촌들이 소라도 손에 쥐어 주시고 착하다 하면서 쓰다듬어주셨어요.
그때는 삼촌들이 부자 같았어요.”

어린 소녀의 눈에 값비싼 해산물을 맘껏 주시는 해녀들이 워린 버핏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해녀가 될 꿈을 꿨다. 하지만 그는 성장하면서 그 꿈과 잠시 멀어졌다.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음악을 배우고 싶었다. 드럼을 배우고 싶었지만 만난 악기는 튜바였다. 음악으로 계속 나가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전공은 중국어를 선택했다. 또다시 꿈과 멀어진 것이다.

저는 제주 관광도시 이미지를 살려 중국어를 전공했어요. 하지만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서 졸업 후 바로 서울로 갔어요. 서울에서 맛있는 게 너무 많은 거에요.
그래서 꼭 성공해서 부모님 모시고 와서 좋은 거 많이 드시게 해드리자는 일념으로 돈을 벌었어요”

그는 서울 살이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름 재미있게 살았다. 그렇지만 공허한 마음이 가끔 들곤 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제주로 돌아왔다. 20대 중반이었다. 

그렇지만 막막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제주 바다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 듯 생각이 든 거예요. 난 이 소중한 바다를 갖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지. 왜 이렇게 방황을 했지?

그렇게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에게 해녀 삼촌들이 물질한 해산물을 들고 방파제로 올라오고 있었다. 후광이 빛났다. 그는 그 모습이 BTS 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해녀가 되는 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녀가 되는 길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제주 바다를 잘 아는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고운 딸이 갑자기 해녀를 하겠다니 마음이 쓰라리신 것이다.

“아버지가 그랬어요. 나는 너 너무 멋진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바다로만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다가 직장이셨던 아버지는 그 고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단호했다. 나는 바다가 너무 좋다고.


“전문적인 해녀가 되어 삼촌들 지켜주겠다 결심”

사실 그는 수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적인 해녀가 되어서 해녀 삼촌들을 지켜주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해군 특수부대 출신 지인들에게 혹독한 개인 훈련을 받았다. 스킨스쿠버와 인명구조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였다.

스킨스쿠버를 전문적으로 배운 이유는 좀 더 안전하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물질할 수 있도록 삼촌들에게 알려 드리기 위함이었다.

옛날에는 해녀 능력이 타고난 것으로 알았어요. 그래서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서 고막이 터지면 나는 하군으로 태어나서 그렇다 더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게 과학적으로 이퀄라이징을 통해 더 깊은 수심에 들어갈 수 있는 게 밝혀진 거잖아요. 그래서 삼촌들께 알려 드리기 위해 스킨스쿠버와 프리다이빙 인스트럭터 자격을 취득했어요
그리고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는 할머니들을 지켜드리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그럼 삼촌들은 너나 잘하라 이렇게 하세요. (웃음) 그래도 저는 삼촌들의 보디가드가 되기 위하여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땄답니다.

“보여주기 식으로만 해녀 학교 오는 사람들 안타까워”.. 직접 해녀 일상 공유

해녀가 되기 위하여 그는 해녀 학교를 졸업했다. 해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해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녀 가입을 위해서는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 분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해녀가 될 수 없다, 이후 어촌계에 가입하고 수합 조합원에 가입해야지만 비로소 해녀로서 물질을 시작할 수 있다.

해녀를 시작했다고 해서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어업 경영체에서 나와서 이 사람이 정말 의지를 하고 있는지 실사를 한다.

그럼에도 이유정 해녀는 해녀를 단지 재미 삼아 오는 사람들이 많음을 지적한다.

해녀 모습이 너무 재밌다. 콘텐츠가 좋다라며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단어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언짢아요. 특히 해녀 타이틀만 가지려고 해녀 학교에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해녀 본연의 가치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여주기 식으로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녀가 널리 알려지는 데 공헌하고 있다. 해녀의 일상을 촬영하여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 때로는 재밌게, 때로는 진지한 문제를 다룬다.

저의 우주는 다양성이에요. 환경 문제도 알려 드리고 싶고, 젊은 사람들이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미술을 배우고 있어요.
내가 늘 보는 아름다운 제주 바당 그리고 삼촌들을 제 그림으로 기록하고 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이유정 해녀는 해녀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만약 5년 전 내가 봤던 제주 바당을 그림으로 그려놨다면 기후 위기로 변하는 지금 바다와 비교할 수 있는 기록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렇다. 그는 지금 제주 바다가 변하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는 증인이었다. 청정 제주 바다. 그가 느낀 제주 바다는 무엇일까?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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