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운동 부족’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좌식 생활이 불가피하더라도 주 2~3회 이상만 제대로 운동해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수천 명의 성인을 장기간 추적해 얻은 이 결과는, 반복되는 앉은 생활 속에서도 작은 실천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래 앉아도 괜찮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조건’
직업이나 공부로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는데요. 단 몇 번의 주간 운동만으로도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이순영 교수팀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년간 19세 이상 성인 6828명을 대상으로 좌식시간과 신체활동의 변화를 추적했는데요.
좌식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얼마나 줄었는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눈 후 심뇌혈관질환 발생률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좌식시간이 원래 길었지만 눈에 띄게 줄인 사람들(그룹2)이 좌식시간이 짧았다가 점점 늘어난 사람들(그룹4)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30%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히 앉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있었던 셈입니다.
신체활동 주 3회, 약만큼 강한 ‘예방 효과’

운동이 몸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효과가 수치로 얼마나 명확하게 드러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주당 운동 횟수’만으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들은 신체활동 빈도에 따라 주 2~3회 이상(A그룹), 주 1회(B그룹), 전혀 하지 않음(C그룹)으로 나뉘었는데요.
A그룹은 C그룹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무려 40% 낮게 나타났습니다. 단순한 산책이나 배드민턴도 포함된 운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중등도 이상의 활동이란 숨이 약간 차고 땀이 나는 정도의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달리기나 등산처럼 격렬한 활동은 20분 이상이면 충분합니다. 즉, 운동 강도를 무리해서 올리지 않더라도 꾸준함이 핵심이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앉는 시간이 길어도 운동하면 ‘역전’ 가능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많이 앉아도 운동만 하면 괜찮다’는 역설적 사실인데요. 좌식시간이 많이 증가한 그룹이라도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위험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원래 앉아 있는 시간이 적었지만 그 시간이 늘어난 그룹4의 경우,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데요. 반대로 이 그룹에서 주 2~3회 이상 운동을 병행한 참가자들은 같은 그룹 내 비운동자에 비해 무려 50%나 위험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좌식 생활 자체보다는 ‘운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인데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일주일에 세 번, 짧은 시간의 운동만으로도 질환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문제는 정작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성인의 약 75%에서 좌식시간은 증가한 반면, 정기적인 운동 실천률은 감소했습니다.
특히 전체 참가자 중 약 10%는 최근 1주일간 단 한 번도 운동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는데요. 이는 원격근무 확산, 스마트폰 중심의 여가활동, 대중교통 중심의 생활 패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연구를 이끈 이순영 교수는 “좌식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 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그 안에서도 건강을 지킬 방법은 충분히 있다”며 “운동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