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 법으로 처벌 가능할까?

송영신 법무법인 다빈치 변호사 2026. 3. 1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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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신 법무법인 다빈치 변호사

지난 ‘삼일절’을 며칠 앞두고, TV 뉴스를 시청하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분노했다. 3·1운동에 참여했다가 고문 끝에 옥사한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생성형 AI 영상이 틱톡에 게시돼 공분을 사고있다는 보도였다. 그 내용은 ‘유관순 열사가 일장기에 애정을 표하거나, 방귀를 뀌고 그 추진력으로 우주로 솟구치는 것’이다. 더욱 화가 난 것은 관련 기사 대부분이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영상 제작자를 형사 처벌하기가 쉽지 않아 경찰이 아직 내사(입건 전 조사)조차 착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현행법상 거론될 수 있는 혐의는 모욕죄와 사자의 명예훼손죄 2가지인데, 첫째 모욕죄(형법 제311조)에서 보호하는 객체는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처벌 가능한 명예훼손 역시 ‘살아있는’ 사람에 한정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둘째, 사자(死者)의 명예훼손죄(형법 제308조)에 따라 처벌하기 위해서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여야 하는데, 공분을 산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 없이 희화화에 그친 것으로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자의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다. 먼저 공연성은 인정된다. 다음으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는지 여부이다. 여기서 ‘사실’은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를 의미하고(대판 97도2956), ‘적시’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취지에 비춰 사실의 존재를 암시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족하다(대판 91도420).

그렇다면,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 중 적어도 ‘유관순 열사가 일장기에 하트를 날리며 애정을 표현하는 내용’은 사자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 이유는 유관순 열사가 1919년 3월 1일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붙잡혔으나 곧 석방됐고, 3월 10일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지금의 천안시 병천면)으로 내려와 4월 1일 병천시장에서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검거됐으며, 공주지법에서 5년형·경성복심법원으로 넘겨져 3년형을 선고받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가 1920년 9월 28일 고문과 영양실조로 순국했다는 사실은 수형기록표를 비롯한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에 반해, 유관순 열사가 일장기에 하트를 날리며 애정을 표현하는 영상 내용은 ‘유관순 열사가 친일파’라는 허위의 사실을 간접적·우회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유관순 열사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됐는바, 이는 사자의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민사적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 제작자가 틱톡에 왜 올렸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조회수에 따른 수익 창출도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수익에 비해 손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형사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번 영상으로 유관순 열사의 유족은 물론이거니와, 독립운동가 후손과 일반 시민 역시 큰 충격을 받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집단 소송의 형태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해야 형사상 피의자 특정을 할 수 있고, 민사적으로도 피고 특정을 할 수 있다. 미리 안 된다고 단정하고 속만 끓이고 있을 게 아니라,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건과 같은 천인공노할 짓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입법적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4월 사자 모욕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1년이 다 되도록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명예훼손 및 모욕에 대한 철저하고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 명예훼손과 모욕은 ‘인격 살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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