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아니야? 너무 예뻐서 상대 남자 배우들이 긴장한다는 여배우

(Feel터뷰!) 영화 '청설'의 노윤서 배우를 만나다
영화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다. 그중 노윤서는 자신의 꿈보다 동생을 챙기는데 바쁜 언니 ‘여름’을 맡았다.

10월 31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노윤서와 영화와 앞으로의 행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이십 대 배우 중 청순함과 강단을 갖춘 몇 안 되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임신한 여고생을 맡아 부모의 책임감을 표현해 극찬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는 반장의 리더십과 홀로 키우는 엄마를 이해하는 독립심 강한 딸을 맡아 호평받았다.

넷플릭스에도 진출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풋풋하고 청량함을 보여준 영화 <20세기 소녀>를 무리 없이 지나,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고민시와 혈투를 벌여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상업 극장 영화로는 처음 <청설>을 선보이게 되었다.

데뷔부터 공백도 없고 실패도 없는 배우가 노윤서다.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반짝이는 별 노윤서는 학생 역할을 떠나 본인 나이의 캐릭터로 자유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다음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대만 원작과 다른 한국만의 포인트

-동명의 대만 원작이 국내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스스로 원작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원작처럼 여운 깊은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랐다. 차별화보다는 배경과 배우가 다르니까. 각자의 매력으로 자연스럽게 달라지겠다고 상상했다. 용준, 여름, 가을의 케미도 물론 다르다. 원작이 통통 튀고 발랄하고 코믹한 느낌이 강했다면 한국판은 깊은 서사, 울림이 깊은 게 매력이다”

-이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20세기 소녀>도 출연했지만 스크린 데뷔작은 <청설>이다.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처음에는 첫 주연 영화의 부담이 있었는데 촬영에 집중해서 다 잊었다. 그러다가 한 달 전부터 무대 인사를 다니며 전반적인 시스템을 알고 홍보활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곧 방송되겠지만 <런닝맨>도 열심히 했다. 예능에서 몸 쓰는 걸 즐긴다. 노래나 춤 같은 개인기나 장기 자랑은 없어서 그런지. <삼시 세끼>, <바퀴 달린 집>처럼 시골 가서 일하고, 밥해 먹고, 작물도 심는 힐링 예능에 출연해 보고 싶다”

-영화 속 수어 대사가 90% 이상이다. 수어를 공부하며 연기 도움이 많았을 것 같다.

“새로운 언어 수어를 배우면서 연기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글 배우듯이 자음 모음부터 배우지 않고 대사부터 익히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대사는 기억에 빠르게 저장했고, 단어조차도 상황과 연결되어 배우다 보니 기억하기 쉬웠다. 직관적인 수어가 신기했다. 음성 대사가 영화에 거의 없다 보니 표정 대사로 뉘앙스를 표현해야 했다.

수어 연습하면서 상대 배우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와 자매 케미도 만들어야 해서 수어가 큰 공을 세웠다. 얼마 전에 [우리들의 블루스] 팀과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이소별 배우와 수어로 대화했다. 언니가 (수어를) 잘한다고 칭찬해 줘서 뿌듯했고 특별한 경험을 얻었다. 삶의 재산을 얻은 듯하다”

배려심의 끝판왕.. 나라면..?

-극 중 동생으로 나오는 ‘가을’의 자매 케미와 서서히 남사친에서 첫사랑이 되는 ‘용준’과 케미도 있어야 했다.

“경이 오빠가 나온 작품을 거의 다 봤는데 좋은 기억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오빠가 해왔던 캐릭터를 떠올리며 상상만 했었다. 현장에 가니 오빠만의 용준을 만들어 왔더라. 예상치 못한 결이라 놀랐던 기억이다. 원작에서는 통통 튀고 발랄한 캐릭터였는데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민주는 어쩌면 저보다 데뷔를 먼저 했으니 선배지만 실제로는 한 살 아래 동생이다. 제가 그동안 학생 모습만 보여줘서 성인 역할을 받아들여줄지 반신반의했다. 무엇보다도 민주와 설득력 있는 자매 사이로 보일지 의문이었다. 직접 만나보니 아기 같은 얼굴을 하고 언니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행동해 줘서 친자매 케미가 잘 살아났던 것 같다”

-여름이 용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아무래도 클럽 장면 일 거다. 손을 스피커에 대 주었을 때 ‘자기가 소리를 느끼는 방식을 내게도 들려주고 싶구나’ 싶었다. 여름과 가을이 힘든 일을 겪고 난 직후여서 힐링 시켜주려는 마음, 아껴주려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받은 것 같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용준을 쳐다보는데 그 시선을 곱씹으면 호감을 커진 거다. 이후 데이트하러 나갈 때는 카메라의 시선도 아예 용준을 보는 시선으로 담긴다. 횡단보도 앞에서 먼저 용준을 알아차리는데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용준이 수영장에서 고백하는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같았다.

“용준은 고민 끝에 엄마의 조언에 따라 들리지 않는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여름도 그런 용준을 이해해 보려고 수영장에 온 거다. 용준의 고백을 (뒤돌아서) 듣고만 있는 여름의 표정이 중요했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었다. 수영장에서는 대답을 섣불리 못했을 거고, 용준의 고백 이후 자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었을 거다. 우리 영화가 완벽한 개연성을 갖고 있지 않아서 (웃음).. 용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자는 말에도 타이밍을 놓쳤을 거다. 그래서 부모님을 만나는 도시락 가게 장면에서 그런 행동이 드디어 나왔다”

-여름은 K 장녀의 책임감이 큰 캐릭터다. 안팎에서 동생을 챙기기에 바쁘다. 여름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나.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 때문에 가족도 놓치는 부분이 있는 거다. 보호기제가 방어기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족 안에서 책임감이 커서, 새로운 관계에 방어적이고 조심스럽다. 어릴 때부터 명확하게 동생을 챙기다 보니 성인이 돼서도 그게 옳다고 판단해 버렸던 거다. 이상적인 자매, 서로 도움 되는 자매가 되었으면 했을 거다.

여름의 목표는 가을의 목표와 같았지만 이후 ‘너로 살아라’라는 엄마의 말에 충격받는다. 가을에게 닥친 시련이 자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가치관이 흔들리고 깨달음을 얻고, 순수하게 다가온 용준을 만나면서 본인 꿈도 찾아간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난 후 여름은 어떻게 살았을까. 자신의 꿈, 삶의 방향을 어느 정도 찾았을까.

“저도 고민해 봤다. 아마 창의적인 일을 했을 거 같다. 용준과 여름은 아직 뭘 할지 모르는 청춘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같이 꿈을 찾는 동기가 되어준 거다. 원작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국제수어도 배우고 있으니 훗날 통역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자세히 보면 집에 쪽지를 붙여 두는 게시판이 있는데 그 주변을 예쁘게 꾸몄다. 그것만 봐도 여름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여름과 닮은 듯 안 닮은 듯

-용준은 원하는 게 생기면 직진하는 스타일이고, 여름은 주저하며 천천히 다가가는 스타일 같다. 본인은 인간관계에서 용준과 여름 중 어떤 타입에 가깝나.

“호감은 느낄 수 있지만 용준처럼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일단 말이 잘 통하고 성격도 잘 맞아야 한다. 친해지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이 열려야 하는데 조금만 대화해 봐도 통하는지 알 수 있다. 오래 볼 것 같고, 결이 잘 맞는 사람,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본인 성격과 비교했을 때 싱크로율은 얼마쯤인가. 홍경 배우의 말에 따르면 현장의 리더 같은 배우였다고 하더라.

“싱크로율만 따지면 여름이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는 건 닮았는데.. 저는 (집에서는) 잘 누워있다. (웃음) 여름은 쉬는 날에도 가을을 챙기니 대단한 언니다. 오빠, 민주 셋 다 I인데 그나마 제가 E 같은 I다. 성격이 급해서 단체 행동할 때 계획이나 예약 등을 추진해 버리고야 만다.

그런 행동이 리더십이 있다고 느낀 거 같다. 학교 다닐 때 과대였다는 건 정정할 필요가 있다. (웃음) 당시 할 사람이 없었고 아는 언니 때문에 끌려서 나간 거지 자원한 건 절대 아니다. 마지못해하더라도 하게 되면 확실히 하는 성격이긴 하다. (웃음)

실제 3살 터울 언니랑 7살 터울 남동생이 있다. 엄마가 안 계실 때 끼니를 챙겨주거나 용돈도 주지만 여름이처럼은 못할 거 같다. 언니와는 현실 자매다. 옷 때문에 다투다가도 쇼핑하러 갈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같이 다니는 편이다.(웃음)”

-영화는 이십 대 청춘의 사랑과 고민을 담고 있다. 그림을 전공했지만 배우란 직업을 선택하며 들었던 고민도 생각났겠다.

“앞으로 오지 여행도 가고 싶고, 가족들에게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청설>을 찍으면서도 그랬고, 효도하는 친구를 보고 많은 영향 받았다. 가까운 사람에게 표현을 많이 해주고, 건강에 관한 소식도 듣다 보니 있을 때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마지막으로 부족한 면이 많아, 미숙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자기계발에 몰두해야 함을 느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 배우가 나온다고 하면 벌써부터 기대되고 믿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은 조금만 해도 새롭게 봐주는 시기지만 배우로 길게 살아가고 싶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리겠다. 나중에는 악역도 도전할 거고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조금씩 꺼내 보여드리겠다. 저만 알고 있는 남들은 모르는 얼굴,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계획이다”

글: 장혜령
사진: M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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