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에서 주연이 된 지주사의 모멘텀을 점검합니다.

SK㈜가 기업가치를 억누르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상승 랠리를 예고하고 있다. 6월을 기점으로 과중한 부채와 복잡한 거버넌스 문제가 해소되면서 투자 매력이 커질 전망이다.
6월 중 SK실트론 매각, SK에코플랜트 FI 지분 매입
26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그간 펀더멘털에 비해 투자 결정이 어려운 종목으로 인식됐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만큼 부채비율이 높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지분을 나누는 등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다.
재무와 거버넌스 측면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작업이 내달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리레이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SK㈜는 SK실트론 매각과 SK에코플랜트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정리를 통해 부채 부담을 덜고 거버넌스 불확실성을 해소한다.
SK실트론 매각은 상반기 내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SK㈜는 두산그룹에 SK실트론을 매각하는 중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약 4조원대로 평가되며 순차입금 2조4240억원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대금이 2조원대로 추정된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소재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알짜회사로 2025년 연결 매출 2조580억원, 영업이익 19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SK㈜는 대규모 유동성 수혈을 통한 차입금 축소를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에코플랜트에 투자했던 FI의 지분을 매입해 거버넌스 불확실성을 해소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FI로부터 프리IPO(상장 전 지분 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올해 7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복상장 규제로 인해 IPO가 중단되자 SK㈜와 SK에코플랜트는 총 1조440억원을 투입해 FI가 보유한 SK에코플랜트 지분을 사들이기로 했다.
SK㈜는 약 4000억원을 투입해 6월 내로 FI 지분을 인수하며 이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이 기존 66.7%에서 71.2%까지 상승한다. SK에코플랜트가 최근 하이테크 리밸런싱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렸고 중복상장 규제로 IPO가 불가능해진 만큼 이 가치가 SK㈜에 귀속된다.
시장의 우려 요인이던 차입금도 줄어들고 있다. SK㈜는 리밸런싱과 구조조정, 디레버리징(부채 정리) 등을 통해 재무 리스크에 대응했다. 순차입금은 2025년 말 별도기준 8조2643억원으로 리밸런싱을 시작한 2023년 말(10조5969억원)에 비해 22.01% 감소했다.
핵심 자회사의 재무 상태도 개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025년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6조원가량 감소했고 같은 기간 SK에코플랜트는 2조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까지 줄였다.
'AI 전력 밸류체인' 대미투자법 수혜 기대

6월 지방선거 이후 대미투자법이 재개되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SK그룹의 수혜가 예상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2대 국회의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면 3월 국회를 통과한 대미투자법 시행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과 SK온의 배터리 합작공장, SK E&S의 에너지 투자 등 국내에서 대미투자 규모가 큰 그룹 중 하나다.
대미투자법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주는 것이 핵심이다. SK그룹이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 등 미국 투자를 활발히 진행해 온 만큼 법 제정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AI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SK㈜의 'AI 전력 밸류체인'이 트리거가 될 수 있다. 2022년 8월 SK㈜와 SK이노베이션은 소형모듈원전(SMR) 선도 기업인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해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세운 에너지 기업이다.
이후 2023년 4월 워싱턴 D.C.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가 3자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2024년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건설 허가 신청, 2024년 6월 와이오밍주 케머러 착공 등으로 프로젝트가 구체화했다.
올 1월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 보유 지분 중 약 4000만달러를 한수원에 매각해 지분 파트너로 묶어냈다. 테라파워의 SMR 설계 기술에 한수원의 원전 건설·운영 역량이 결합하면 2030년 상용화가 이뤄질 확률이 높아진다.
SK㈜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AI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전력을 공급하고 SK에코플랜트가 하이테크 EPC,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나서는 식이다. SK㈜가 부채를 덜고 거버넌스 문제를 해소해 가는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이끄는 지주사로서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입증한다면 상승 랠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전력 밸류체인을 보유한 지주사는 국내에서 SK㈜가 유일하다"며 "이는 타 지주사 대비 할인율을 파격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강력하고 차별적인 근거"라고 밝혔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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