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UV 마니아들 사이에서 은밀히 주목받고 있는 차가 있다. 주인공은 렉서스의 2026년형 GX 550. 아직 국내 출시 계획은 없지만, 만약 들어온다면 프리미엄 SUV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가능성이 높다.

GX 550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파워다. 3.4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349마력을 뿜어낸다. 0-100km/h 가속은 6.2초로, 2억 원을 호가하는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나 BMW X5 M 같은 고성능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더 놀라운 건 견인 능력이다. 최대 4.1톤까지 끌 수 있어 대형 카라반이나 보트를 끌고 다니려는 고객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나 다름없다.

미국 출시가는 6만 6,000~8만 2,000달러(약 9,100만~1억 1,300만 원)다. 국내 출시 시 각종 세금을 감안하면 1억 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GLE 같은 독일 프리미엄 SUV들도 풀옵션을 하면 1억 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토요타 랜드크루저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랜드크루저가 2.4리터 하이브리드로 연비에 집중했다면, GX는 순수 성능에 올인했다. 실제로 GX 550은 랜드크루저(7.7초)보다 1.5초나 빠른 가속 성능을 보인다. 견인 능력도 1.5톤이나 앞선다. 연비(복합 7.2km/L)는 다소 아쉽지만, 이 정도 성능이면 감수할 만하다.

GX 550의 진짜 경쟁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아우디 Q7 등이 직접적인 라이벌이다. 하지만 오프로드 성능에서는 GX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특히 오버트레일 트림은 33인치 올터레인 타이어, 적응형 서스펜션, 전자제어 안티롤바 시스템 등 독일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하드코어 오프로드 장비를 갖췄다.

실내도 거친 외관과 달리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14인치 대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기본이고, 최상위 트림에는 21스피커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도 들어간다.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와 마사지 기능까지 갖춰 장거리 드라이빙에서도 피로감을 덜어준다.

무엇보다 렉서스라는 브랜드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 렉서스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대형 SUV 시장에서는 LX 700h가 유일한 선택지였는데, 2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졌다. GX 550은 렉서스 SUV 라인업의 중간 포지션을 차지하면서도, LX 못지않은 오프로드 성능을 제공한다.

다만 GX 550의 국내 출시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다. 또한 5.2m에 달하는 전장과 2m가 넘는 전폭 때문에 좁은 국내 도로와 주차 환경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하드코어 SUV를 찾는 마니아층도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만약 출시된다면, 현재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국내 럭셔리 SUV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진정한 오프로드 성능과 럭셔리를 동시에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없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GX 550은 '있으면 좋겠지만 오지 않을' 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성능과 매력만큼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국내 럭셔리 SUV 시장이 '경계할 만한 상대'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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