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쓴 나의 유서
[나의 실버타운 일기] (6)

아침에 식당에서 누군가가 뜬금없이 ‘상속과 유언 상담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전단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유언, 상속 이야기는 노인들 사이에 상식이 되어 있어,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20년 전 집안 어른이 자녀들에게 이런 유언을 했습니다.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형제들끼리 우애 있게 살아라.”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의 말이, 가장 무의미한 최악의 유언이라는 거예요.
그즈음에 나도 유서를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몇 해 후, 우연히 그 유서를 펼쳐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과 함께 적금 통장, 보험 증서, 내가 쓰던 만년필이랑 하찮은 장식품들을 동생과 친구에게 전해주라는 내용이었는데, 적금은 만기가 되어 찾아 썼고, 보험은 보험 회사에 기재되어 있고, 몇 점의 물건들은 관심을 끌 만한 것들이 못 되었습니다. 얼른 찢어버렸어요.
내 남편은 말년에 치매로 유서는커녕 유언 한마디 못하고 황망하게 떠났습니다. 나는 살아 있고 말할 수 있을 때 무언가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유서를 써보았습니다. 나의 마지막 작별 인사.
‘당신들이 있어 나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당신들은 내 삶의 버팀목이었고 삶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평생 많은 신세를 지고 이제는 사라질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곳을 떠나면 나는 빛이 되고 바람이 되어 망망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으로 우주여행을 떠날 거예요. 긴 세월 사랑했고 고마웠고 미안했습니다. 혹시 내가 그리울 때는 눈부시게 맑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세요. 그곳을 날아다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것이 최근에 쓴 나의 유서입니다.
※필자(가명)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 실버타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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