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 “수용하기 어렵다”
주 5일제 도입 6년 소요
민주당 vs 국민의힘 갈등
대한민국 노동환경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히는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다시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전면 도입된 주 5일제는 당시 경제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격렬한 입장 차이를 빚으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거론되는 주 4.5일제는 노동시간을 더욱 단축하는 방안이다. 당초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안되었지만, 여전히 재계와 노동계 간 의견 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과거 주 5일제 도입 당시 재계 총수들은 토요일 휴무가 사실상 연간 임금 상승효과와 유사한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준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도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 현장의 현실을 들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주 5일제 도입을 통한 근로자의 여가 시간 확보 및 삶의 질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주 5일제 도입 논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으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 차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졌다. 실제로 주 5일제는 시행되는 데만 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업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추진한 해당 제도는 노사정 간의 이견 차이가 커 6년의 논의 끝에 겨우 합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마저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5인 이상 2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근무자는 2011년 7월이 돼서야 주 5일제를 적용받을 수 있었다.
주 5일제 도입 이후 노동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근로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여가 시간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내수 진작과 문화·여가 산업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정규직 확대라는 부작용도 보고되었다.
최근에는 4.5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과거 주 5일제 도입 때와 유사한 사회적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임금 손실 없이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법정 근로시간 유지와 주 52시간 상한제 폐지를 추가해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유연근무 체계를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론조사 결과 다수의 직장인이 근무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가 확산하면서 노동시간에 대한 인식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국내외 선도 기업과 의료기관에서는 주 4일제 도입 사례를 통해 업무 효율성 향상과 조직 내 스트레스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생산성 하락과 비용 부담 증가를 이유로 주 4.5일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생산성 향상 없는 근무시간 단축은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자율적인 근무 형태 도입과 기술 혁신을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노동계는 주 4.5일제 도입과 함께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비전형 근로자의 권리 보호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포괄적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한편 주 4.5일제 논의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발달, 기후 위기 대응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노동 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담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은 동시에 기업 경쟁력 유지와 경제성장 동력 확보라는 상충한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정부 역시 이번 논의를 국가 경제와 노동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이해관계자 간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주 4.5일제 제도화 여부와 추진 방식은 차기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주 4.5일제 도입 논의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을 넘어 대한민국 노동 환경과 경제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중대한 사회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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