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 소음과 섞이면 안정 효과 반감돼
-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다면 주위 소리 차단 필요
- 안전을 위해 편안한 개인적 공간에서 들을 것 권장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 소리,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 등등, 흔히 ‘자연의 소리’라 불리는 것들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을 이완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유튜브 등을 활용해 빗소리나 모닥불 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의 소리가 갖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자연의 소리에 인위적인 소리가 섞여서 함께 들릴 경우, 그 효과가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연의 소리는 왜 편안하게 느껴질까?
자연에서 들리는 소리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귀로 들리는 것 외에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또는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의 감촉, 풀내음이나 꽃향기 등의 후각적 자극이 대표적이다.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면서 여유로운 풍경을 상상하는 것 또한 좋은 자극이 된다.
자연의 소리는 왜 편안하게 느껴질까?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과 친숙함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도 설명은 가능하다. 자연 소리는 보통 부드럽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강렬하거나 날카롭지 않고,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대신 점진적인 변화를 그린다. 인간의 바이오 리듬과 조화를 이루는 기본 원리다.
이런 요인들이 통합돼, 자연의 소리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이완을 관장하는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호흡도 천천히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어, 학습이나 마음수련 등에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도시 소음, 긍정적 효과 줄일 수 있어
인구가 많은 도심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은 정확히 이와 반대 성향을 띤다. 예측할 수 없는 패턴,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흔하다. ‘불확실성’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며, 도심의 소리는 거의 대부분 불확실성을 따른다.
또한, 도시의 소음은 빈번하고 다양하다. 어울리지 않는 소리들의 불협화음이 무작위로 들려오는 것은 신경을 예민하게 곤두서게끔 한다. 뇌가 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인지적 부담이 늘어나는 탓이다. 언제 어떤 소리가 갑작스럽게 들릴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은,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이어폰에 의존해 자연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완전히 차단해버리면 자칫 위험에 대응하지 못할 우려가 생긴다. 그래서 외부 소리가 어느 정도 들리는 가운데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기대한 것보다 효과가 덜할 수 있다. 영국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 연구팀이 최근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교통소음 더해진 자연 소리, 효과 적어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 연구팀은 68명의 자발적 참가자를 모집해 3분 가량으로 편집된 음원 3종류를 들었다. 첫 번째는 영국 서식스 주에서 일출 시간대에 녹음한 자연의 소리, 두 번째는 그 자연의 소리 위에 시속 20마일(약 32km/h)의 교통소음을 합친 것, 세 번째는 자연의 소리 위에 시속 40마일(약 64km/h)의 교통소음을 합친 것이었다.
자체 보고 설문 방식을 활용해 각각의 소리를 듣기 전과 후를 비교 평가한 결과, 예상했던 대로 자연의 소리만을 담은 첫 번째 음원은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을 낮추고 기분이 나아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교통소음이 포함된 경우, 자연의 소리가 배경에 깔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을 낮추는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났다. 자연적인 소리는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음정이 과도하게 높지 않으며, 두드러지지 않고 다른 소리들과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교통소음이 더해졌을 때 그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는 매우 적은 숫자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고, 스스로 설문을 작성하게 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자발적 참가자를 무작위로 모집했기 때문에 모집단으로서의 대표성도 충분치 않다. 하지만 인위적인 소리가 자연 소리의 긍정적 영향을 잠재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은 그간의 연구들을 종합했을 때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야기다.
실제로 도심에서 들리는 소리는 교통소음에만 그치지 않는다.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클락션 소리, 번화가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 사람들의 고성 등 다양한 요소가 섞인다. 이것들이 섞여있는 경우, ‘힐링’ 목적의 소리는 제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자연의 소리를 활용하는 경우,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주위의 소리를 차단한 뒤 그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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