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OLED 아이패드' 등장...기회 잡은 LG디스플레이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 제공=애플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태블릿 '아이패드 프로' 출시와 함께 정보기술(IT)용 OLED 시장 확대를 노린다. LG디스플레이는 공급 역량과 수율 측면에서 그동안 밀렸던 중소형 OLED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더 많은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의 판매 동향을 보며 LG디스플레이가 노트북용 8세대 OLED 공장의 투자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신제품 공개행사를 열고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에는 애플의 신규 프로세서 'M4'가 장착됐다. 애플이 출시하는 아이패드 중 처음으로 OLED도 적용됐다. 애플이 '울트라 레티나 XDR'로 명명한 이 디스플레이는 전체 화면 밝기 1000니트(Nit), 부분 최대 밝기는 1600니트까지 지원한다. 지난 2022년 출시한 전작보다 2배 더 높다. 다이내믹레인지(명암비) 역시 200만 대 1로 2배 상향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애플에 OLED를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1인치 패널, LG디스플레이는 11인치와 13인치 패널을 모두 수주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아이패드 프로용 OLED 출하량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65%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아이패드 프로의 연간 출하량은 약 1000만대 규모로, 단순 계산하면 LG디스플레이가 650만대의 OLED를 공급하는 셈이다.

신제품에는 OLED 발광층을 2개로 쌓는 '투스택탠덤' 기술이 적용됐다. 애플은 "두 패널의 조명을 조합해 경이로운 수준의 전체 화면 밝기를 시현한다"며 "화소 하나하나의 색상과 휘도를 밀리초(0.001초) 미만의 정밀도로 제어하도록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투스택탠덤 OLED 구조 /자료 제공=키움증권

LG디스플레이는 투스택탠덤 기술이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2019년 이 기술을 최초로 양산했고 지난해부터는 2세대로 전환해 차량용, 노트북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3세대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개의 발광층 사이에 들어가는 전하생성층(CGL)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수율 문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공급사 관리 차원에서 LG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인 '아이폰' 시리즈용 OLED 물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며 높은 영향력을 확보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를 포함해 오랫동안 부품을 공급해온 만큼 기술에 대한 이해와 공급역량을 갖췄다고 보고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더 높이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 프로를 시작으로 태블릿용 OLED에서 승기를 잡으면 앞으로 확대되는 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태블릿에 OLED를 탑재하면 가격은 비싸지만, 내구성을 개선하고 폼펙터(외형)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어 빠르게 LCD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애플이 아이폰에 OLED를 본격 채택한 뒤 OLED의 스마트폰 침투율이 가파르게 높아진 사례가 태블릿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아이패드 프로의 흥행 여부는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OLED 공장 투자 시점을 결정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용 OLED는 6세대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향후 노트북용 시장에 대응하려면 8세대 신규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경쟁업체가 지난해 투자를 시작한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2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적 부담이 커진 탓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OLED 아이패드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IT용 OLED가 빠르게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는 LG디스플레이가 더 빨리 차세대 생산공장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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