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형 SUV는 '크고 무거운 차, 연비는 포기해야 하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가 보편화되면서 '연료 효율성'은 이제 실용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구매 요소로 부상했다. 특히 가족 단위 운전자나 장거리 주행이 많은 사용자에게 대형 SUV의 연비는 유지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고급차 시장에서도 연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5년형 대형 SUV 시장에서도 '연비 경쟁력'을 앞세운 모델드링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연기관이더라도 효율을 극대화하는 최신 엔진 기술을 적용하거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추세다.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의 반전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2025년형을 맞아 디젤 엔진을 공식적으로 단종하고 가솔린 라인업만을 유지하게 됐다. 디젤 단종 소식은 일각에서 아쉬움을 불러일으켰지만, 실상은 가솔린 모델의 효율성과 정숙성이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팰리세이드 3.8 가솔린 2WD 기준 복합연비는 약 9.5~10.2km/L로, 이전 모델 대비 소폭 개선됐다. 이는 연비만으로 보자면 여전히 디젤보다 낮지만,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정숙한 엔진 반응과 고속도로에서의 부드러운 주행감으로 실사용 만족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새롭게 튜닝된 변속기 반응과 엔진 세팅은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고, 아이들링 자동 정지 시스템 등 실효성 있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사용자 리뷰에 따르면 고속 주행 위주로는 실연비가 리터당 11km 이상까지 나오며, 실내 소음과 진동도 디젤 대비 확연히 줄었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팰리세이드는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넓은 적재공간, 3열 시트 사용성 등 패밀리카로서의 기본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연비까지 챙긴 점이 강점이다.
하이브리드 전쟁: 렉서스 RX vs 볼보 XC90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표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은 렉서스 RX 500h F SPORT와 볼보 XC90 리차지 T8, 이 두 차량은 각기 다른 방식의 전동화 시스템을 탑재했지만, 공통적으로 연비 효율성과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렉서스 RX 500h는 2.4L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복합 연비 기준 약 12.0~13.0km/L 수준을 자랑한다. 정숙한 주행, 민첩한 반응, AWD 구동까지 갖춘 이 모델은 도심과 고속도로를 모두 아우르는 활용도가 강점이다.
한편 볼보 XC90 리차지 T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방식으로, 전기 모드 주행만으로도 약 30~40km를 커버할 수 있다. 도심 위주 출퇴근이라면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복합 기준 연비는 약 13.1km/L로, 대형 SUV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이며, 전기차 모드로 전환 시 가솔린 엔진 개입 없이도 조용하고 쾌적한 승차감을 유지한다.
SUV도 이젠 똑똑하게 선택
과거에는 "대형 SUV는 연비를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가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친환경과 효율이 중시되는 지금의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 SUV조차 연비와 유지비를 고려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졌다. 단순히 "크고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어떤 용도로 탈 것인지, 평소 주행환경이 도심인지 고속도로인지, 충전 인프라를 활용할 여건이 있는지 등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달라진다.
팰리세이드는 내연기관 가솔린 모델 중에서도 정숙성과 실연비 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렉서스 RX와 볼보 XC90은 전동화 기술을 통해 프리미엄 SUV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연비가 중요해진 시대,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있고, 제조사들은 그 눈높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2025년형 대형 SUV 시장은 연비와 성능, 실내 감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다층적 판단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