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 수출 없는 최고급 수제 버터

보르디에 버터는 프랑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최고급 버터다. 다른 프랑스산 버터는 세계 곳곳으로 수출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보르디에는 오직 현지에서만 유통된다.
관광객 사이에서 ‘프랑스에 가면 바게트에 보르디에 버터는 꼭 발라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이 버터의 시작은 장 이브 보르디에라는 사람이 만든 수제 버터에서 비롯됐다. 자기 이름을 따 브랜드를 만든 그는 현재까지도 소량 수제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보르디에 버터, 손으로 만드는 '진짜' 고급

보르디에 버터의 제조는 공장 생산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원유를 끓여 크림을 만들고, 이 크림을 빠르게 회전시켜 지방과 수분을 분리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덩어리 형태의 버터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에도 접고 펴는 과정을 반복해 부드러운 질감을 완성한다.
이 모든 과정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 주걱으로 눌러 공기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공기가 들어가면 보관 중 풍미가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섬세한 수작업 덕분에 질감과 맛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반면, 대량 생산 방식에서는 이런 디테일을 구현하기 어렵다. 이에 지금도 보르디에는 공장 생산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수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량 생산 체계로 바뀌면 원래의 맛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르디에 버터,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보르디에 버터는 일반 버터와 다르게 묵직하고 밀도가 높다. 갓 구운 바게트에 얹는 게 기본이다. 따뜻한 빵 위에 올리면 사르르 녹으면서 진한 풍미가 퍼진다. 빵에 닿자마자 퍼지는 고소함과 은은한 산미가 입안을 자극한다.
빵 외에도 스크램블에그에 한 조각 넣으면 부드러움이 확 살아난다. 달걀을 풀기 전, 팬에 버터를 녹이고 그 향을 충분히 입힌 뒤 조리하면 훨씬 고소하다. 파스타나 리소토처럼 크림을 많이 쓰지 않는 요리에도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보르디에 버터는 짠맛이 강하지 않아 단맛 있는 재료와 잘 어울린다. 허니 버터 토스트나 팬케이크 위에 얹어도 만족스러운 풍미를 낸다.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 구운 가지, 감자와도 잘 맞는다.
한국에선 한 덩이에 4만 원


보르디에 버터는 한국에서도 구매대행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입 버터와는 다르게, 구매부터 배송까지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가격은 125g 한 덩이에 약 2만 원이고, 배송비가 2만 원 가까이 붙는다. 즉, 한 덩이 가격이 약 4만 원인 셈이다.
크기는 일반 비누만 하고,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한국 버터는 부드럽게 발리지만, 보르디에는 묵직하게 눌러야 겨우 발라질 만큼 밀도가 높다. 호기심에 한 번은 구매할 수 있어도 가격과 배송비를 생각하면, 재구매를 결정하긴 쉽지 않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에서도 보르디에 버터가 등장했다. 이날 가수 정재형은 자신의 냉장고를 공개했는데, 보르디에 버터가 들어 있었다.
버터를 본 윤남노 셰프는 “진짜 맛있고, 진짜 비싸다”며 감탄했다. 이어 “몇 g 안 되는데, 1만 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보르디에 버터는 프랑스산 고급 재료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버터, 이렇게 보관해야 오래 간다

보르디에 버터는 수제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판 버터보다 산화에 민감하다. 밀봉 상태로 냉장 보관하되, 냉장고 안쪽 깊은 칸에 두는 게 좋다. 바깥쪽은 온도 변화가 잦아 품질 유지에 좋지 않다.
개봉한 뒤에는 가능한 한 빨리 소비하는 게 좋다. 1주일 이상 보관할 경우엔 밀폐 용기에 따로 담아두는 편이 낫다. 남은 버터는 1회 분량으로 나눠 랩에 싸서 냉동해도 된다. 다만, 해동하면 풍미가 떨어질 수 있어 그대로 먹기보단 요리에 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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