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통일교 사이의 이른바 '정교유착' 의혹이 제기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1심에서 총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5년, 나머지 혐의에 징역 8년 등 총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한 총재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원주 전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은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는 징역 6개월,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이신혜 전 통일교 재정국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한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는 1심 판결 중 한 총재가 범행을 지시했거나, 불법적 목적을 인식하고 승인했다는 판단에 대해 결코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지체 없이 항소하겠다고 전했다.
한 총재 측은 재판 과정에서 모든 범행이 윤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이며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7월, 한 총재는 최후진술에서 "돈으로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 총재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 사건은 정치권과 통일교의 이른바 '정교유착' 의혹으로 불려왔다.
한국 헌법 제20조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원칙이 종교인 개인의 정치 참여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모두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부정한 청탁을 위한 금품 전달, 교단 자금 횡령 등 구체적인 법률 위반 여부였다.
한 총재에게 실제 적용된 혐의는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등이다.
재판부는 한 총재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통일교 측은 윤석열 후보를 지원하는 대신 향후 정부 차원에서 교단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른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전달하고 통일교 현안을 청탁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한 총재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이 통일교 자금 1억4400만원을 여러 사람의 명의로 나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해당 자금을 선교지원비로 회계 처리한 것과 관련한 횡령 혐의 일부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교단 자금을 자신의 돈처럼 처분하려 했다는 의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 총재에 대한 이날 판결은 1심으로,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현금 260억원'
한 총재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날,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권 유착 및 자금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약 8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본은 이번 수사를 통해 한 총재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포함해 통일교와 신천지 관계자 각각 16명씩 모두 3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통일교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 총재의 침실 등에 설치된 개인 금고를 발견하고, 이곳에 보관돼 있던 현금 약 260억원을 압수해 추징보전 조치했다.
합수본은 한 총재와 정 전 실장 등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선교사 지원금으로 허위 회계 처리하거나 현금으로 들어온 헌금을 회계에 기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교단 자금 약 105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 총재 등 4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별도 기소됐다. 이날 징역 2년이 선고된 사건과는 다른 재판이다.
다만 압수된 현금 260억원 전체가 횡령액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해당 혐의의 유무죄는 앞으로 별도 재판에서 판단된다.
'정교유착'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례?
한학자 총재 사건을 계기로 정치와 종교의 결탁 문제는 한국 사회 전반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전 의원은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권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고 김 여사 측에 고가의 금품을 건넨 윤영호 전 본부장도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은 바 있다.
김 여사는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부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 총재와 김 여사 등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을 집단 입당시킨 혐의로도 재판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1일 열린 첫 공판에서 정당법 위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