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구 잡아라"…K-콘텐츠, 왜 인도 시장으로 향하나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5. 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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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인도 K-콘텐츠 비즈콘(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 콘텐츠 업계가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현지 OTT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 공동 제작, 지식재산(IP) 협력까지 추진하며 인도를 차세대 핵심 시장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최근 인도 뭄바이에서 '2026 한-인도 K-콘텐츠 비즈콘'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한국과 인도 콘텐츠 기업 46개사가 참여해 IP 소개, 수출 상담, 네트워킹 등을 진행했다. 인도 최대 OTT인 지오핫스타를 비롯해 방송·애니메이션·게임 분야 주요 기업들이 참여했고, 이틀간 총 94건의 상담과 1141만달러 규모의 상담 성과가 집계됐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비즈니스 상담회를 넘어 한국 콘텐츠 업계의 인도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콘진원은 지난해 인도 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현지 정부·기업·협단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2026 한-인도 K-콘텐츠 비즈위크'도 개최해 양국 콘텐츠 기업 간 교류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가 인도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시장 규모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됐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저렴한 데이터 요금, 모바일 기반 소비 문화가 결합되며 OTT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맥스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기준 인도 OTT 이용자는 약 6억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유료 가입자만 1억40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광고 기반 무료 OTT(AVOD)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용자 저변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K-콘텐츠 역시 유료 플랫폼 중심 유통보다 더 많은 현지 시청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 MX 플레이어에 제공하는 한국 콘텐츠(제공=CJ ENM)

실제로 CJ ENM은 지난해 인도 AVOD 플랫폼인 아마존 MX 플레이어와 손잡고 드라마 18편을 순차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선재 업고 튀어'를 비롯해 '소용없어 거짓말', '웨딩 임파서블', '반짝이는 워터멜론' 등을 내년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주목되는 건 현지화 전략이다. CJ ENM은 공급 작품들을 힌디어뿐 아니라 타밀어·텔루구어로 더빙해 제공한다. 인도는 지역별 언어 사용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인 만큼 단순 자막보다 더빙 콘텐츠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현지 OTT 플랫폼들 역시 글로벌 콘텐츠 확보 경쟁 속에서 다언어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방송 포맷 리메이크 시장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CJ ENM 원작 드라마 ‘악의 꽃’을 리메이크한 인도 드라마 '두랑가(Duranga)'는 현지 OTT 플랫폼 ZEE5에서 시즌2까지 제작됐고, '시그널'을 각색한 '갸라 갸라(Gyaarah Gyaarah)' 역시 공개 이후 누적 시간 8억분을 기록하며 플랫폼 내 최고 흥행작 중 하나가 됐다.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 역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인도는 오랫동안 '모바일 퍼스트' 시장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커넥티드TV(CTV)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인도 CTV 이용자는 약 1억3000만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TV 보급 확대와 함께 드라마·예능 같은 롱폼 콘텐츠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드라마와 예능 중심의 국내 업계에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숏폼 콘텐츠 소비가 확대되는 동시에 TV 기반 장시간 시청 환경도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유통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K-콘텐츠 가치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인도 OTT 시장은 지오핫스타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을 중심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플랫폼들은 스포츠 중계와 지역 언어 콘텐츠 확보 경쟁과 함께 차별화된 글로벌 IP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글로벌 흥행력이 검증된 K-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은 플랫폼 입장에서 안정적인 이용자 유입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인도를 단순한 신흥 시장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 콘텐츠 산업 구조를 좌우할 전략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심이던 기존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중동·동남아 등 신흥 시장 확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

콘진원 관계자는 "인도는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디지털 콘텐츠 소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시장"이라며 "단순 수출보다 현지 기업과의 공동 제작과 장기적 협력 모델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