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 앞두고 풍년가 대신 한숨만'…논 갈아엎은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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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식에 늦더위가 잠시 주춤한 12일 오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의 논에서는 추수철을 맞은 농부의 흥겨운 풍년가 대신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춘천농민회가 쌀값 보장과 쌀 수입 반대를 정부에 촉구하며 논 갈아엎기 집회를 진행한 까닭이다.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추수를 앞두고 논을 갈아엎는 농민의 심정은 헤아릴 수 없이 착잡하다"며 "올해는 재작년을 훨씬 뛰어넘는 쌀값 폭락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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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빗줄기 속 황폐해진 논 10마지기…땅 주인은 결국 자리 떠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비 소식에 늦더위가 잠시 주춤한 12일 오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의 논에서는 추수철을 맞은 농부의 흥겨운 풍년가 대신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춘천농민회가 쌀값 보장과 쌀 수입 반대를 정부에 촉구하며 논 갈아엎기 집회를 진행한 까닭이다.
논 10마지기(약 5천㎡)에서 알곡을 채워가던 벼는 추수를 보름여 앞두고 있었다.
농민들은 논을 갈아엎기에 앞서 짧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어제 정부가 수확기 쌀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기에는 열 달째 폭락하는 쌀값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찾아볼 수 없다"며 "고통받는 농민에 대한 위로와 책임 있는 사과가 우선이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가격 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시장격리가 필요하지만, 역대급 쌀값 폭락에도 정부는 '찔끔' 격리를 대책으로 내놨다"며 "햅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전례 없는 일도 벌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번 정부 대책은 농업 파괴·농민 말살 선언"이라며 "'윤석열 내리고 쌀값은 올리자'는 구호가 현실이 될 때까지 농민들은 논을 갈아엎고 나락을 쏟으며 끝없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견이 끝나고 농민들은 본격적으로 논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붉은색 대형 트랙터 2대는 나란히 서더니 뒤쪽에 달린 로터리를 땅바닥으로 내리고 굉음을 내며 논을 누볐다.
트랙터들은 10여분 만에 넓은 논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는 빗줄기는 점차 굵어졌다.
집회 시작 전부터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던 논 주인은 트랙터가 논으로 들어가자 격해지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추수를 앞두고 논을 갈아엎는 농민의 심정은 헤아릴 수 없이 착잡하다"며 "올해는 재작년을 훨씬 뛰어넘는 쌀값 폭락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정곡 80㎏ 한 가마 가격은 지난해 21만7천552원이었으나 올해 8월 17만7천740원으로 18.3%(3만9천812원)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철원군 동송읍에서는 철원군농민회 회원들이 올해 농사지은 벼를 갈아엎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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