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 가비아 이사회 진입…중복상장구조 수술대 오르나

가비아 2026년 정기 주주 총회/ / 사진=박민규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PE)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이 또 한 번 성공했다. 클라우드 전문 정보통신(IT) 소프트웨어 업체 가비아에 제안한 총 5개 주주 제안 중 3가지가 통과했다.

특히 이사회에 진입한 점이 최대 수확이다. 가비아 저평가의 핵심 원인으로 짚어 온 '중복 상장 구조'를 해소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2인의 추천 후보 모두 선임되면서, 단숨에 이사회의 40%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가비아는 SM과 JB금융지주, DB손해보험에 이어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네 번째 기업이 됐다.

중복 상장 구조 '수술대' 오르나

가비아는 26일 경기 과천 소재 사옥에서 2025년도 정기 주총을 열고 총 9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이 중 ▲2025년도 이익 배당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3건에서 얼라인과 표 대결을 펼쳤다. 법원의 결정으로 상정한 권고적 주주제안 '이사 및 주요 경영진 보상체계 공개의 건'도 가비아측이 그간 거부해 왔단 점에서 사실상 표 대결로 간주된다.

가비아의 경우 배당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얼라인은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에서 표 대결 끝에 승리했다. 주주제안인 보상체계 공개 건도 가결되면서, 표면적으론 무승부로 끝난 양상이다.

사실상 가비아의 패배란 평가가 나온다. 중복 상장 구조에 칼을 겨눈 주주제안들이 표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중복 상장 구조를 직접 수술대에 올릴 수 있는 인수합병(M&A) 전문가들로 이뤄진 얼라인측 이사 후보들이 전원 선임됐다.

미국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기업금융 및 M&A 자문 분야 실무 역량을 축적해 온 전병수 신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공인회계사(KICPA) 출신의 재무·회계 전문가로 LS그룹의 사업 구조조정과 M&A 업무를 총괄했던 최세영 사외이사 후보가 주인공이다. 전 이사는 가비아측 후보와 경합에서 승리했고, 최 이사는 가비아 추천 후보가 없어 단독 후보로 올랐다가 선임됐다.

가비아도 지배구조 전문가로 정평 난 안상희 김·장 법률사무소 센터장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올리며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중복 상장 구조에 대해서는 회의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인 김홍국 가비아 대표는 이날 "중복 상장 이슈가 화두로 오르는 배경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자회사들이 상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비아 주가가 오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애초 지주 형태를 구상하고 자회사들을 상장시켰는데,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현재 구조가 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구조적 성장 관점에서 질적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복 상장의 이슈를 해소할 수 있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부연했다.

그러나 중복 상장 구조 해소를 향한 얼라인의 의지는 명확하다. 기존 이사들을 설득해 중복 상장 구조 해소 방안을 찾아 나갈 방침이다. 이날 기자와 만난 얼라인 이창환 대표는 "일본 상장사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자회사 지분 매각, 완전자회사 편입, 상장 폐지 등 4~5가지의 다양한 방식으로 중복상장 구조 해소와 기업가치 정상화에 성공한 선례가 있다"면서 "한국 시장은 상황이 다르니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비아 경영진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함께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 구조 변화는 가비아의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기존 이사회는 최대주주 김홍국 대표와 특수관계자 원종홍 공동대표로 구성된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 각 1명으로 이뤄진 4인 체제였다. 내부 인사와 외부 출신 인사가 정확히 반반이다. 그러나 주총을 분수령으로 이런 균형은 깨지게 됐다. 외부 출신 이사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며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 강화가 예측된다.

변화의 물결 맞는 가비아

이번 주총은 가비아가 특히 주주 친화 측면에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현 배당정책에 대해서도 지지를 얻었지만,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 강화를 모색 중이다. 앞서 가비아는 얼라인 주주제안(주당 180원)의 55.5% 수준인 주당 100원을 제시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의 10~15%를 배당 재원으로 책정한단 정책 하에 올해는 13%를 쓰기로 했다.

얼라인이 제시한 주당 180원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10~15%를 환산한 금액이다. 종속회사들의 가치까지 반영해야 중복 상장 구조로 인한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김홍국 가비아 대표는 "투자를 많이 했고 차입금 상환 이슈도 있다 보니 보수적으로 움직이게 됐다"며 "지난해 말 싯가 3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한 등, 나름대로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비핵심 자산 매각과 손익 구조 개선 이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2~3년 후부터는 배당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얼라인과의 소통 재개 기류도 감지된다. 비공개 대화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얼라인은 주주 제안 등 공개 캠페인으로 전환했고, 이후 소통은 아예 부재했다. 권고적 주주 제안(보상체계 공개) 상정 여부를 두고 법적 조치를 주고받는 등 불과 이틀전까지만 해도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양 측 대표는 주총 폐회 이후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기약하기도 했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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