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81~93)=신진서의 이번 춘란배 제패는 메이저 다관(多冠) 대열 합류란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제24회 LG배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단발(單發) 우승과 달리 2번 이상 세계 정상에 선다는 건 행운만으론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메이저 정복 경험자는 세계적으로 총 45명인데, 그중 복수(複數) 우승자는 신진서를 포함해 단 20명뿐이다.
백 △는 공격의 급소로 83까지 외길 진행. 선수를 잡은 백의 다음 수는 84였다. 마치 창공 전체를 싸안을 듯 던져넣은 거대한 그물 같다. 소위 천라지망(天羅地網)이란 게 이런 모습일까. 이 한 수에 사방의 흑돌들이 돌연 생기를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좌변에서 시작해 중앙을 경영해가는 신진서의 손길이 더욱 경쾌해졌다. 가위 이유제강(以柔制剛)의 경지다.
적세를 삭감하려면 우선 자신이 튼튼해야 한다. 85, 87은 평범해 보이지만 좌하 쪽 흑 대마의 삶을 선수로 확보한 호착. 그래 놓고 89, 91을 선수한 뒤 93에 붙여 왔다. 3분을 숙고한 나름의 승부수다. 백이 참고도 1~7로 중앙 집 확보에 주력할 경우 4, 6으로 퇴로를 차단한 뒤 8, 10으로 우하 백을 공격하겠다는 속셈. 신진서는 어떤 대응 카드를 준비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