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크래커와 풋콩조림

임병기 2016. 1. 19. 12: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울 이색적인 영양 간식


바삭하고 고소한 맛의 강낭콩 크래커와 빵, 떡에도 곁들이기 좋은 풋콩조림

새 달력을 걸어놓으면 빳빳하게 풀을 먹인 옷을 입은 것처럼 몸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배어납니다. 새해 첫 다짐이 변함없이 이어진다면 늘 좋은 날이 될 텐데, 마음처럼 올곧게 나아가지만은 않습니다. 느슨해지다가도 오늘은 내게 남아있는 여생의 첫날이며,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뿐임을 인지하면 다시금 새로워집니다. 그럴 때면 하루하루가 가슴 벅차게 다가오고, 나와 맺은 크고 작은 인연들이 한층 각별하게 여겨집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계절이 겨울이라서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내 안을 들여다보기 좋으니 말입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며 마음에 평안을 주는 책과 음악을 가까이하기도 겨울이 제격입니다. 반면에 한 자리에 오래 머물다보면 상념은 늘어나고, 몸은 묵직해집니다. 여름보다 덜 움직이는데도 입맛 당기는 음식은 더 많아서 건강관리에 적잖이 마음이 쓰입니다. 주전부리는 하지 않는 게 좋지만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영양 간식은 챙겨볼 만합니다.  

콩은 다른 작물보다 키우기 쉽고, 먹는 방법도 다양하고 맛도 영양도 뛰어나 산골 텃밭에서 키우는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우리가 식용할 수 있는 콩은 종류도 다양하고, 같은 콩을 두고도 부르는 이름이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에서도 자색 강낭콩은 맛도 보기 전에 색깔에 반했던 콩입니다.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자색 강낭콩은 연보라색의 앙증맞은 꽃이 피고, 크게 자라도 두 뼘이 채 안 되는 아담한 체구입니다. 생육기간이 짧아서 봄에 심으면 여름에 여문 콩을 거두고, 수확과 동시에 심으면 서리 내리기 전에 또 한 번 거둘 수 있습니다. 어느 지방에서는 ‘유월본디’라 부르는데, 거두고 심는 여름철이 음력 6월이라 그런 이름이 지어진 듯합니다. 일 년에 두 번 심는다고 ‘두벌본디’, 감자와 궁합을 맞춰 심을 수 있는 콩이라서 ‘감자콩’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탱글탱글한 알은 익혀도 색이 고와서 수더분한 조림 한 접시만 올려도 밥상이 환해지고, 과자를 만들면 풍미가 아주 좋습니다. 

과자라고 하면 흔히 설탕·버터·우유·달걀 등을 적당히 가미하게 되는데, 콩이 주된 재료이면 콩 한 가지만으로도 맛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콩요리를 싫어하거나 평소 과자를 잘 먹지 않더라도 한 입에 쏙 들어오는 강낭콩 크래커는 보는 순간, 덥석 손이 갑니다.

강낭콩 크래커는 재료가 간단하고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콩을 푹 물러지게 삶아서, 콩이 갈아질 정도로만 물을 넣어 곱게 갈아줍니다. 죽처럼 걸쭉해진 콩물을 밀가루에 섞어서 매끈해지도록 치대면 말랑말랑한 반죽에서 이미 입맛 당기는 냄새가 솔솔 풍깁니다. 생콩은 비릿하지만 충분히 익히면 구수하면서 은근한 단맛이 감돌고, 밀가루의 거북한 맛을 말끔히 없애줍니다. 콩 반죽은 얇게 밀어야 튀기기도 쉽고,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도 좋습니다. 튀기는 도중에 부풀어 오르지 않게 포크로 찍은 다음 적당한 크기의 틀을 이용해 크래커 모양을 내어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은 놀이도 됩니다.


+ 강낭콩 크래커

< 재료준비 >

- 통밀가루 200g                 - 자색 강낭콩 60g

- 물 1/2컵                          - 소금 1작은술

- 식용유

01 / 강낭콩은 씻어서 물을 넉넉하게 붓고 푹 물러지도록 삶는다. 국물이 남으면 2에 섞는다. 02 / 삶은 콩이 식으면 물 1/2컵을 섞어 분쇄기에 곱게 갈아준다(갈면 약 1컵). 03 / 통밀가루에 소금과 2를 넣고 되직하게 반죽한다. 오래 치대서 반죽이 매끈해지면 랩을 씌워 1시간 가량 두었다 한 번 더 치댄다. 04 / 반죽을 2등분해서 하나씩 도마에 올려놓고 덧가루를 약간만 뿌려가며 만두피 두께로 얇게 밀어준다. 05 / 포크로 콕콕 찍은 다음 쿠키커터나 패트병을 잘라서 지름 4~5㎝ 크기로 동그랗게 찍어낸다. 자투리 반죽은 랩에 싸 두었다가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06 / 일반적인 튀김 온도(170~180℃)보다 약간 낮은 온도에서 바삭하게 튀기고, 튀김망에 밭쳐 기름을 뺀다. 


+  풋콩조림

< 재료준비 >

- 강낭콩 풋콩 2컵(또는 여문 콩 1컵)               - 물 1컵

- 집간장으로 만든 맛간장 1½큰술                  - 조청 1큰술

- 올리고당 2큰술                                          - 통깨


01 / 냉동 풋콩은 실온에서 해동하고, 여문 콩은 미지근한 물에 1~2시간 불려서 건진다.
02 / 냄비에 콩을 안치고 물을 붓고 삶아서 부드럽게 익힌다. 삶는 도중에 물이 부족하면 보충해가며 충분히 익힌다.
03 / 콩이 익고 국물이 자작해지면 맛간장·조청·올리고당을 넣고, 은근한 불에서 국물이 졸아들게 조린 후 통깨를 섞는다. 

크래커는 바삭해야 제맛이 납니다. 약간 낮은 온도에서 조금 오래 튀기면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튀김 온도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튀김 온도로 적합한 170~180℃는 가열한 기름에 물 한 방울을 튀겨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맑게 나는 것으로 가늠합니다. 손끝에 물을 살짝 묻혀서 튀겼을 때 탁하고 드높은 소리가 나면 기름 온도는 높은 편입니다. 이럴 때는 불을 꺼서 온도를 약간 낮춘 다음에 다시 가열하면 됩니다. 튀김 재료를 넣어서 기름 중간쯤 내려갔다 곧바로 뜨면 적절한 온도이고, 약간 낮은 온도로 맞추려면 적절한 온도로 가열해 약불로 줄인 후 튀깁니다. 크래커 반죽은 얼었다 녹아도 변형이 없어서 냉동고에 보관해도 되고,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구워도 됩니다. 

자색 강낭콩 풋콩은 여문 콩보다 색깔이 연하고, 익혔을 때 식감이 훨씬 부드럽습니다. 과일은 후숙이 되어야 달고 맛있지만 본디와 동부 종류는 풋콩일 때가 더 맛있습니다. 특히 풋콩을 넣어 밥을 지으면 폭신하고 달달해서 콩밥만 먹어도 꿀떡 넘어갑니다. 풋풋한 맛을 느긋하게 즐기려면 풋콩일 때 거둬서 냉동고에 보관합니다. 

풋콩을 맛간장으로 짜지 않게 조리면 밥반찬으로 좋고, 떡이나 빵에 곁들여 먹어도 그만입니다. 콩을 조릴 때는 반드시 충분히 익힌 다음에 간을 해야 합니다. 딱딱하게 여문 콩은 잘 물러지지 않기 때문에, 불려서 사용하거나 압력솥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강낭콩은 고구마, 늙은 호박, 단호박으로 만드는 양갱에 활용해도 잘 어울립니다. 끓인 양갱을 틀에 붓고, 부드럽게 익힌 강낭콩을 몇 알씩 박아서 굳히면 색도 곱고 말랑말랑한 양갱에 씹히는 맛을 더해줍니다. 호박죽도 강낭콩과 궁합이 잘 맞고, 밤·대추·호박고지와 섞어 찰떡을 만들거나 팥처럼 포실포실하게 고물을 만들어 인절미나 경단에 묻혀도 감칠맛 납니다. 

한 번 맛을 보면 자꾸만 손이 가는 콩 크래커는 강낭콩 외에 동부 종류, 검은콩, 메주콩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맛있게 만들어 입맛도 살리고 솜씨 자랑도 해보세요.


자운(紫雲)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최근 『산골농부의 자연밥상』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jaun000


글과 요리_자운

구성_이세정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월호 / Vol.203 


Copyright © 월간 전원속의 내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