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술 못 내준다”… 中 제동에 손정의 ‘피지컬 AI 제국’ 흔들

김동명 기자 2026. 11. 8. 16: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제국' 구축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스위스 ABB의 로봇사업 인수를 금지하면서 7조원대 초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8일 일본 재팬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ABB는 중국 당국의 인수 금지 결정을 우회하기 위해 ABB 로봇사업의 중국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당국이 ABB의 중국 로봇사업 인수를 금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조원대 ABB 로봇사업 인수에 중국 정부 제동
소프트뱅크, 중국 사업 분리해 인수하는 우회책 검토
기술·데이터 해외 이전 우려…글로벌 로봇 경쟁 격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제국' 구축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스위스 ABB의 로봇사업 인수를 금지하면서 7조원대 초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 조선DB

8일 일본 재팬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ABB는 중국 당국의 인수 금지 결정을 우회하기 위해 ABB 로봇사업의 중국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 사업을 다른 소유 구조로 떼어내고 나머지 글로벌 로봇사업만 소프트뱅크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소프트뱅크가 관련 협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ABB의 로봇사업을 53억7500만달러(7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ABB는 산업용 로봇팔과 자동화 장비를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업체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로봇사업부의 2024년 매출은 약 23억달러, 직원은 약 7000명에 달한다.

당초 양사는 올해 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당국이 ABB의 중국 로봇사업 인수를 금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올해 2월 중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지만, 별도로 진행된 국가안보 심사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중국 당국은 구체적인 금지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은 로봇 제조기술과 산업 데이터의 해외 이전 가능성이 핵심 쟁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ABB는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로봇 생산·연구개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가동을 시작한 상하이 로봇 공장에는 약 1억5000만달러가 투입됐으며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도 이뤄졌다. 중국 고객에게 공급되는 ABB 로봇의 90% 이상이 현지에서 생산될 정도로 중국 사업의 중요성이 크다.

중국 당국은 심사 과정에서 현지 공급망과 제조시설 유지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봇이 작동하면서 축적하는 데이터가 해외로 이전돼 AI 모델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미국 오픈AI의 주요 투자자라는 점도 이러한 우려와 연결된다.

이번 결정은 손 회장의 미래 사업 전략에도 상당한 타격이다. 손 회장은 AI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의 기계를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시해 왔다. AI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에 산업용 로봇의 제조·제어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ABB 인수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 축이었다. 소프트뱅크는 AI와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규모 산업용 로봇 생산시설과 글로벌 제조업 고객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ABB를 인수하면 연구 단계의 AI 로봇 기술을 실제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중국 사업을 제외할 경우 인수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중국은 ABB 로봇사업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 시장이다. 중국 내 생산·연구개발 거점까지 분리되면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의 고객 기반과 기술 개발 역량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인수가격을 둘러싼 재협상도 불가피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ABB가 다른 인수자를 찾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새로운 거래에서 사업 가치가 20억~3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로봇 산업에서 기술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미국 메타의 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에도 제동을 걸었다. AI 모델과 데이터, 로봇 기술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취급하면서 해외 기업의 관련 기술 확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업용 로봇은 제조공정과 생산 데이터, 정밀 제어기술이 결합된 분야다. 피지컬 AI 경쟁이 본격화할수록 로봇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제 산업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커크 부드리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ABB가 소프트뱅크의 첨단 피지컬 AI 투자 기업들만큼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산업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제조 노하우를 통해 로봇 기술의 사업화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Copyright © IT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