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방화-은평 前연인 살해… 고립된 고령층, 원한-갈등이 범죄로

이다겸 기자 2026. 11. 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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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명수(77)의 서울 강남구 특허법인 방화로 26명이 다친 데 이어 이달 서울 은평구에서 6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하는 등 특정인을 향한 원한과 집착에서 비롯된 고령층의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흉악범죄자(살인·강도·방화·성폭력)는 인구 10만 명당 2015년 21.6명에서 2024년 27.4명으로 늘었다.

공소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흉악범죄자 발생비는 2021년 인구 10만 명당 24.4명에서 2024년 27.4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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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세 이상 강력범죄 4년새 25%↑
좁아진 관계망속 특정인 의존-집착
사소한 갈등도 상처-분노로 발전
“고령층 특성 고려한 예방 프로그램… 의료 지원-복지 결합 관리 체계 필요”

⟪역삼 방화-은평 前연인 살해… 늘어나는 고령층 강력범죄

지난달 이명수(77)의 서울 강남구 특허법인 방화로 26명이 다친 데 이어 이달 서울 은평구에서 6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하는 등 특정인을 향한 원한과 집착에서 비롯된 고령층의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흉악범죄자(살인·강도·방화·성폭력)는 인구 10만 명당 2015년 21.6명에서 2024년 27.4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박탈감이 쌓여 분노로 표출될 수 있는 만큼, 보호관찰에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특성에 맞춘 예방·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두 곳에 불을 질러 26명을 다치게 한 이명수(77)는 2022년에도 같은 사무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직원들을 위협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처벌받은 뒤에도 같은 대상을 향한 분노가 사라지지 않았던 셈이다. 서울 은평구 전 연인 살인, 경북 경산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도 각각 60대와 70대가 오랜 원한이나 갈등 끝에 저지른 사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박탈감이 분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년기 특성에 맞춘 예방·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좁아진 관계망, 특정인 향한 집착으로

6일 경찰청에 따르면 61세 이상 강력 범죄 피의자는 2021년 3062명에서 지난해 3818명으로 24.7%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강력 범죄 피의자 중 61세 이상 비중도 13.3%에서 16.4%로 높아졌다.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인구 대비 발생 빈도도 높아졌다. 공소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흉악범죄자 발생비는 2021년 인구 10만 명당 24.4명에서 2024년 27.4명으로 늘었다.

최근 잇따른 사건들은 특정 대상과의 갈등이나 집착이 오래 쌓인 끝에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평구 살인사건의 60대 피의자는 올 7월부터 전 연인인 70대 여성을 스토킹하고 폭행해 4차례 경찰에 신고된 끝에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산시에서는 7월 71세 남성이 아파트 운영 문제로 수년간 갈등을 빚어온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본인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범행 전 8개월 동안 경찰 신고가 3차례, 관련 고소가 2차례 있었지만 갈등은 풀리지 않았다. 65세 이상 고령 강력범 가운데 재범은 10년 새 829명에서 1666명으로 2배 이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면서 특정 대상에 대한 의존과 집착이 깊어질 수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운데 친한 친구나 이웃, 지인이 있다는 응답은 2020년 93.6%에서 2023년 89.4%로 줄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는 “사회적 고립감이나 관계 단절이 심해지면 특정한 사람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고, 그 사람이 조금만 서운하게 행동해도 큰 감정적 상처나 분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고령층 특성 맞춘 예방·재범 관리를”

고령층의 달라진 사회적 특성과 경제적 여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60, 70대는 과거 같은 연령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신체 능력도 좋지만 사회경제적 지위는 이에 못 미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박탈감과 불만이 극단적인 범죄로 표출될 수 있다”고 했다. 60대 이상 살인 범죄의 증가세를 분석한 지난해 건양대 연구에서도 경제적 좌절과 사회적 고립이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범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범죄 예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상균 교수는 “현재 범죄 예방 대책은 나이별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일반적인 대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노인 범죄의 특성과 위험 요인을 이해하고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범을 막기 위해 보호관찰과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고령 범죄자는 일반 성인과 재범에 이르는 원인이 다를 수 있다”며 “단순한 보호관찰을 넘어 의료 지원과 요양, 복지 서비스를 결합해 고령 범죄자의 특성에 맞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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