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민통선 뚫리자 “산나물 채취”… 철조망 훼손엔 “동물이 절단”

김상윤 기자 2026. 11. 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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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시간 동안 허둥댄 최전방 경계
지난달 22일 경기 파주시 접경 지역에서 우리 군이 철책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이로부터 이틀 후인 지난달 24일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는 30대 여성이 민간인 출입 통제선을 무단으로 넘어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에 설치된 감지 장비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뉴시스

지난달 강원도 철원에서 30대 여성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지역으로 무단 진입했을 당시, 군이 이 여성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도 ‘산나물을 채취하러 온 민간인으로 추정된다’며 수색을 종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이튿날 이 여성이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에 설치된 경계 장비인 ‘광망(光網)’을 훼손해 경보가 울렸을 때도 ‘동물에 의한 절단’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6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대한민국 안보가 이재명 정부 들어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1시 10분쯤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근무 중이던 영상감시병은 37세 여성 A씨가 민통선 이북 지역에 무단 진입한 사실을 확인해 보고했다. 그러나 영상감시반장이 보고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상부에 그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성 의원은 전했다.

그래픽=백형선

A씨는 그날 오후 1시 19분쯤 민통선 내 전술 도로에서 다시 발견됐다. 군은 오후 1시 23분쯤 A씨에게 다가가 신원을 확인하려 했으나 A씨는 “죄송합니다”라며 풀숲으로 도망갔다. 키 약 158㎝ 정도의 30대 여성을 왜 군이 현장에서 추적·차단하지 못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군은 1시간 20분 후인 오후 2시 43분쯤 차단선을 구축하고 수색 작전에 나섰다. 철원 일대를 관할하는 육군 5군단 예하의 6사단 병력 약 1100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곧 해가 지면서 추적이 어려워졌고, 야간 수색까지 이어졌지만 A씨를 찾는 데 실패했다.

A씨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군은 다음 날인 25일 오전 10시 30분쯤 수색 작전을 종료했다. 5군단과 6사단은 A씨가 ‘산채를 채취하러 온 민간인으로 보이고, 대공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고 자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의원은 “전방에선 이미 낙엽이 다 지고 동절기를 준비하는 시기인데 산나물이 나온다는 얘기인가”라며 “신문 한 번 제대로 못 했는데 ‘대공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고 결론 내리는 게 지금 우리 군의 실상”이라고 했다.

특전사에서 하이힐 워킹 - 지난달 29일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이 부대 내 체육관에서 개최한 한 행사에서 하이힐을 신은 모델들이 패션 모델처럼 걷는 워킹 시범을 보이고 있다. /TV조선

군이 수색 작전을 종료한 지 25분 뒤인 오전 10시 55분쯤 GOP 철책을 둘러싸는 그물 형태로 설치된 광케이블 기반의 감지 센서 ‘광망(光網)’이 절단됐다는 경보가 울렸다. 우리 군 ‘과학화 경계 시스템’의 핵심 장비인 광망은 누군가 철책을 잡고 흔들거나 절단하는 정황을 감지해 상황실에 상황 경보를 울리게 설계돼 있다.

A씨가 니퍼와 가위로 광망을 훼손하자 경보가 울린 것이었지만, 군은 감시 영상에서 바로 사람의 모습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물에 의한 절단’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당시 광망이 절단된 지점에 수풀이 우거져 있어 카메라로 식별이 어려웠지만, 신원 미상의 인물이 민통선 이북에 무단 진입해 대대적 수색 작전을 벌인 직후에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A씨가 여전히 민통선 이북 지역을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군이 식별한 것은 이날 낮 12시쯤이었다. 대대장이 영상을 추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의 모습을 발견하고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결국 철책이 훼손되고 2시간 반가량 지난 뒤인 오후 12시 30분 수색 병력이 재투입됐다. 군은 이날 오후 4시 48분에야 A씨를 붙잡았다. 장병 1000명을 넘게 투입했음에도 전날 A씨를 최초로 발견한 뒤 붙잡기까지 27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군은 A씨 신병을 확보한 지 약 20시간 만에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했다. 경찰·국정원과 국방방첩본부 합동조사팀의 조사 결과, A씨가 광망을 자른 후 철책도 가위로 자르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광망 훼손이 목적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A씨는 합동조사팀 조사에서 ”내가 했겠죠. 그런가 보죠“라며 때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고, 생활고로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건의 전모가 알려지면서 군 안팎에서는 “최전방 ‘빈총 경계’에 이어 해이한 전방 경계 태세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우리 군에서는 기강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육군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은 ‘K워킹 퍼포먼스 밀리터리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하이힐 차림의 여성 모델들이 시범을 보이면 우리 특전사 요원들이 이를 흉내 내면서 뒤따라 걷는 방식으로 ‘워킹 교육’을 해서 장병들이 자괴감을 느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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