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은 특권 아니다"...허영생·탑, 교만한 태도가 보여준 '탈덕'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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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을 응원한 팬은 결국 '탈덕'을 선언했고 20년간 한결같이 스타를 지켜온 팬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가수 허영생과 빅뱅 출신 탑이 잇달아 '팬 기만' 논란에 휩싸이면서 연예인과 팬의 관계를 둘러싼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 허영생 측에서는 여러 팬이 다양한 장소에서 생일 카페를 진행하는 만큼 특정 행사에만 방문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허영생과 탑 사건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것은 팬들이 자신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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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16년을 응원한 팬은 결국 '탈덕'을 선언했고 20년간 한결같이 스타를 지켜온 팬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가수 허영생과 빅뱅 출신 탑이 잇달아 '팬 기만' 논란에 휩싸이면서 연예인과 팬의 관계를 둘러싼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스타를 향한 무조건적인 헌신 대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그룹 SS501 출신 허영생을 16년간 응원해 온 팬 A씨는 SNS를 통해 팬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허영생의 팬페이지 'Forever Young'을 운영해 온 A씨는 "생일 카페를 열면 탈덕하게 된다는 괴담이 사실로 밝혀져 저도 참 신기하네요"라며 그동안 쌓였던 서운함을 털어놨다.
발단은 지난 3일 허영생의 생일을 기념해 열린 카페 행사였다. A씨는 약 6개월 동안 개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생일 카페를 준비했다. 행사 3개월 전에는 소속사에 허영생의 방문 가능 여부를 문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허영생 측에서는 여러 팬이 다양한 장소에서 생일 카페를 진행하는 만큼 특정 행사에만 방문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허영생이 직접 별도의 카페를 대관해 팬들을 만나겠다고 공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씨는 자신이 준비한 행사를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하고 허영생이 있는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허영생은 자신의 생일 카페를 언급하면서 "그런데 자꾸 오라고 하셔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A씨는 자신이 직접 반복해서 방문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다른 팬들 앞에서 부담스럽게 찾아오라고 재촉한 사람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허영생이 자신의 생일 카페를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마음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낀 것이었다. A씨는 "그게 최선의 표현이라는 것에 이제는 지친다"며 16년간 이어온 팬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슷한 시기 탑 역시 오랜 팬들과 갈등을 겪었다.
탑을 약 20년 동안 응원해 온 팬사이트 '최승현닷컴'은 지난달 9일 운영 종료를 선언했다. 2006년 빅뱅 데뷔 무렵부터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팬사이트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운영진은 탑과 소속사의 소통 부족, 책임 회피 등을 문제 삼았다. 앨범 홍보와 팬 소통, 해외 팬 응대 등 소속사가 담당해야 할 업무까지 팬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존해 왔다는 주장이었다.
단순히 가수의 사생활이나 열애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쏟았지만 그 헌신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한 것.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 탑스팟픽쳐스는 지난달 10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소속사는 팬들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팬들의 의견을 운영 전반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탑도 팬사이트 폐쇄 약 3주 만인 지난 1일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을 믿고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처받은 운영진과 팬들에게 사과의 뜻도 전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지난 2일 연인 나나와 함께 팬들이 마련한 생일 카페를 방문하면서 또 한 차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팬들이 직접 꾸민 공간에 연인을 동반한 것이 배려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 반면 공개 열애 중인 연인과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 것까지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이어졌다.
연인을 동반한 방문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오랜 팬들과 소통 문제로 갈등을 겪고 사과한 직후라는 점에서 탑의 행동을 아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허영생과 탑 사건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것은 팬들이 자신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과거 아이돌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보내고 때로는 불합리한 상황도 감수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고 공연을 찾아다니며 생일 카페와 전시회를 준비하는 일도 팬들의 자발적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자발적인 헌신이라고 해서 그 안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팬들은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도 분명한 선을 긋기 시작했다.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통제하거나 모든 요구를 들어달라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소통 과정에서 존중과 배려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팬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불편한 상황을 참았다면 이제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응원을 중단하겠다는 선택까지 한다. 스타의 유명세가 팬들의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장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팬이라고 해서 스타의 개인적인 선택을 좌우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티스트에게는 연애하고 사생활을 지킬 자유가 있고 팬에게도 더 이상 시간과 돈을 쓰지 않을 자유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의 선택과 경계를 존중하는 태도다. 스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 팬들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사랑을 바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보내는 사랑만큼 존중받기를 원하는 주체라는 사실이다.
팬심은 스타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다. 오래된 팬이 곁을 떠나기 전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보답보다도 그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일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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