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반도체 롤러코스터 장세 계속된다…수출 성장 공식 무너져"
과잉 유동성·AI 투자 쏠림 지적…미·중 패권 경쟁에 수출 성장 모델 한계
뉴 캐피탈리즘·AI 네이티브 국가·한일 경제연대 등 미래 전략 4가지 제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내 반도체주가 급락한 데 대해 "중간선거 하나에도 시장이 와장창 반응하는 상황이 계속 생긴다"며 "롤러코스터가 계속된다는 걸 머릿속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김종섭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비전' 주제 특강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 계열사에 미칠 영향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날 반도체주 급락에 대해 시장이 선거 결과를 반도체 업종에 불리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주가에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이날 정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7.57% 내린 20만1500원에, SK하이닉스는 9.46% 하락한 12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각각 3.1%가량 떨어졌다.
최 회장은 급등락의 배경으로 과잉 유동성을 꼽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풀린 자금이 AI와 반도체에 집중됐고, 매수세가 한쪽으로 쏠린 만큼 조정 국면에서 낙폭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돈은 너무 많이 풀렸다"며 "AI가 돈이 된다고 하니까 너무 많이 들어갔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가 오른다고 하니까 한꺼번에 몰려가서 사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정이 들어오면 혼란이 생기고 너무 많이 올라간 만큼 너무 많이 빠지기도 한다"며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이 쌓아온 수출 주도형 성장 공식이 미·중 패권 경쟁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미·중 패권 경쟁에서 누구 편을 들면 한쪽과는 적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물건을 잘 만들어 수출하면 잘된다는 성장 모델은 이제는 없다”고도 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기존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모델과 대외 협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글로벌 AI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이 감당해야 할 투자 규모도 커졌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그때 저도 '이거 이렇게 발표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언급한 투자 규모가 2100조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가 이 게임에 들어와 있다"며 "우리도 이렇게 베팅하지 않고서는 쫓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200조원만 투자한다고 해도 엄청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10배가 넘어갔다"며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고 돈의 크기와 개념도 너무 달라졌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한국 경제의 미래 전략으로 '뉴 캐피탈리즘'(신자본주의), 'AI 네이티브 국가', 한일 경제연대를 통한 확장 옵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김다솔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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