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산청군만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신청권…‘선택적 사전 배제’ 논란

김두천 기자 2026. 11. 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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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모든 주민에게 매달 지역화폐 15만 원을 지급하는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 도내 인구감소지역 9개 군 가운데 산청군 1곳만 농림축산식품부에 신청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 농정국은 4일 브리핑에서 "이 사업은 좋은 사업이 아닌 데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며 재정 여건을 고려해 자체 심사를 거쳐 산청군 한 곳만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남도는 산청군 외에 전국 공모 신청을 제한하는 '선택적 사전 배제'를 시전했다.

류해석 농정국장은 "국비 지원 비율이 50%인 현 상황에서 신청한 9개 군(총인구 39만 2113명)이 모두 지정되면 연간 도비만 1900억 원 이상 소요된다"며 "재정 여건상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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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부담” 이유 1곳 선정…“월권 행위” 비판 직면
“전 도민 도비로 10만 원 살포 후 재정 타령이라니”
류해석 경남도 농정국장이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추가 공모 추천 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남도

경남도가 모든 주민에게 매달 지역화폐 15만 원을 지급하는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 도내 인구감소지역 9개 군 가운데 산청군 1곳만 농림축산식품부에 신청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 여건을 고려했다지만, 다른 군의 공모 신청 기회마저 박탈한 처사에 반발이 나온다.

도 농정국은 4일 브리핑에서 "이 사업은 좋은 사업이 아닌 데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며 재정 여건을 고려해 자체 심사를 거쳐 산청군 한 곳만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공모를 마감했다. 도내 남해군을 제외한 9개 군 모두 내년 사업 참여를 희망했다. 하지만 도는 외부 민간 전문가 7명이 참여한 심사와 도의회 협의를 거쳐 산청군 1곳만 최종 추천했다. 평가에서는 산청군이 종합점수 89.1점으로 1위를, 하동군이 85.6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정량평가에서는 하동군이 우위였으나, 정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산청군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타 시도와 대비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전북도는 참여 의사 밝힌 모든 군이 정부에 공모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경북도는 희망하는 군을 모두 추천하되 도비 부담을 고려해 1곳만 지정해달라는 조건부 제출 방식을 택했다. 시군에게 공모 참여와 경쟁의 자율성을 보장한 셈이다. 반면 경남도는 산청군 외에 전국 공모 신청을 제한하는 '선택적 사전 배제'를 시전했다.

류해석 농정국장은 "국비 지원 비율이 50%인 현 상황에서 신청한 9개 군(총인구 39만 2113명)이 모두 지정되면 연간 도비만 1900억 원 이상 소요된다"며 "재정 여건상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류해석(가운데) 경남도 농정국장이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추가 공모 추천 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남도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40%인 농어촌 기본소득 국비 지원 비율을 내년 50%로 늘려 현재 17곳인 시범사업 지역을 늘리려 하고 있다. 나머지 사업비 50%는 도와 군이 지방비로 분담해야해 사업 시행 지역이 늘어날수록 지방자치단체 부담이 커진다. 올해 기준 사업비 분담률은 농식품부가 40%, 경남도가 30%, 군이 30%다. 내년에는 정부 분담률이 50%로 높아지면서 도와 군이 각각 25%를 부담하기로 돼있다.

올해 시행 중인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은 690억 원으로 정부가 276억 원, 도가 207억 원, 남해군이 207억 원을 분담했다.

산청군이 정부 공모에 최종 선정되면 내년 사업비 620억 원 중 정부가 50%인 310억 원을, 도와 산청군이 각각 25%인 155억 원씩 분담하게 된다. 내년 분담 비율 조정으로 남해군 170억 원과 산청군 155억 원을 더하면 도는 예산 325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류 국장은 "대통령 공약, 국정과제 사업임에도 지방비를 50%나 부담하며 반대급부 없이 1인당 15만 원씩 지원하는 방식은 좋은 사업이라 보기 어렵다"며 "국비 지원 비율이 80%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남해군 사례를 언급하며 "시행 초기 인구 유입과 창업 가맹점 증가 성과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인구가 감소하고 창업 증가세도 둔화되는 양상을 보인다"고도 했다.

남해군 인구는 올해 9월 기준 4만 1032명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7월 이후 줄어드는 등 장기적인 지역 활성화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설명이다.
경남도청 전경. /경남도

도내 정치권과 탈락한 군, 시민사회는 이런 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함안군은 "경남도 결정에 깊은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보였다.

김태은(더불어민주당, 창녕읍·유어면·대지면) 창녕군의원은 "돈(예산)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걸 왜 경남도가 미리 잣대를 들이대 '될지, 안 될지'를 먼저 결정해 정부에 신청을 하느냐. (경남도가) 신청을 하면 경남도비 재원 마련 준비 수준 등을 정부에서 판단해서 선정 여부를 결정할 문제인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광역자치단체라고는 하지만 이건 월권 행위이자 기초자치단체와 해당 지역민 무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재정 부담' 논리를 박완수 지사가 지방선거 한 달 전 지급한 '경남도민 생활지원금'을 예로 들어 반박했다. 도당은 "도민 1인 당 10만 원씩 총 3288억 원을 지급했을 때 100% 도비로 추진했다"며 "선거를 앞둔 전 도민 생활지원금에는 전액 도비를 투입하면서,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주민 삶을 지탱하는 정책에 재정 부담을 앞세우는 건 기망"이라고 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이 4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가 내년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을 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당 경남도당도 "행정권한을 앞세워 기초자치단체 공모 참여 기회를 침해한 직권남용"이라면서 "주민과 군수들은 지역소멸을 막으려 발 벗고 나섰는데 정작 경남도는 행정 편의주의로 도민 기대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농어촌기본소득운동 거창본부와 합천본부도 "재정자립도가 낮아도 한 광역자치단체에서 3~4개 지역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재정 여건을 이유로 신청 기회조차 차단한 것은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번엔 6개 시군 모두를 추천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재정 부담이 각각 5% 높았다"며 "재정 여건은 변명을 위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도는 자치단체 재정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농촌 지역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국비 지원 비율을 현행 50%에서 80% 이상 확대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김두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