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냉장·냉동 설비 이상…"AI 개입 사이버 공격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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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스웨덴 등 유럽 7개국의 슈퍼마켓에서 같은 날 냉장·냉동 설비 이상이 보고되면서 사이버 공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군도 지난 8월 기지 내 식료품점에서 발생한 냉동고 이상을 두고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같은 날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해군기지도 기지 내 식료품점의 냉장·냉동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다.
'로이터'는 미 육군이 미군 시설에서 발생한 설비 이상이 더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의 일부였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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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스웨덴 등 유럽 7개국의 슈퍼마켓에서 같은 날 냉장·냉동 설비 이상이 보고되면서 사이버 공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군도 지난 8월 기지 내 식료품점에서 발생한 냉동고 이상을 두고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국내에서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가전이라면 비슷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에스토니아·핀란드·아일랜드·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웨덴의 슈퍼마켓에서 냉장·냉동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다.
여러 매장의 설비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내부 온도가 치솟으면서 식품이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냉동고 온도가 50℃에 다다른 매장도 있다. 벨기에의 한 대형마트 관리자는 "식품이 상해 약 10만 유로(1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는 매장 400곳 이상이 냉장·냉동 설비 이상을 경험했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은 군부대에서 이상이 발생했다. 지난 8월 26일 미 애리조나주 육군 기지 내부 식료품점 '포트 후아추카'의 냉동고가 갑자기 해동 모드로 전환됐다는 글이 사회 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해당 냉동고에 보관하던 식품은 모두 상했다. 같은 날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해군기지도 기지 내 식료품점의 냉장·냉동 설비에 문제가 발생했다.
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격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당국 역시 "사이버 공격으로 보고 수사 중이지만 공격 주체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 육군이 미군 시설에서 발생한 설비 이상이 더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의 일부였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2일 "사이버 침해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감찰관실이 조사 중이라고 로이터에 답변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냉장·냉동 설비가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루이즈 보기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사이버 공격이 서비스 운영을 방해하고 기업에 피해를 주며 시민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종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연구소 사이버보안연구본부 인지보안연구실장은 문제 발생 규모를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의 정황으로 판단했다. 이 실장은 "유럽 전체에 동시 다발적으로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 장애로는 설명하기 힘든 규모"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실장은 "AI가 활용됐다는 공식 발표는 없지만 이 정도 규모의 동시다발적인 문제를 일으키려면 자동화된 부분, AI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국내에서도 냉장·냉동 설비를 네트워크에 연결해 관리하는 경우 비슷한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슈퍼마켓 냉장 설비처럼 보안 공격 대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장비는 보안 업데이트나 비정상 접속 차단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청이 공개한 지난달 공격을 당한 제조사 3곳 중 한 곳인 '댄포스'는 피해 장비 대부분이 보안 업데이트가 적용되지 않은 구형 모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한 만큼 시스템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실장은 "실제 국민 생활 측면에서는 개인정보 탈취보다도 생활에 직결되는 피해를 주는 문제일 수 있다"며 "한국 역시 그동안 보안 우려가 적었던 분야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사이버보안 기업 '클래로티'의 숀 터프츠 최고기술책임자는 "공격자가 식료품점처럼 일상적인 시설의 운영을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퍼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보안과 공급망을 연구하는 리처드 존스 영국 에든버러대 범죄학 교수는 "서구 국가들은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이번 사태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라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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