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조원태, 한진칼 최대주주 놓고 지분 경쟁 돌입
공정위에 기업결합 기습 신고
조 회장 370억어치 ‘맞불 매수’
경영권 향방, 산은 지분이 ‘변수’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호반그룹이 지분율 경쟁을 본격화했다.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호반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업결합을 신고하자, 조 회장도 이날 0.48% 상당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까지 감안하면 당장 경영권 변동 가능성은 낮지만, 10%대 산업은행 지분이 향후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장내에서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하고 지난달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다른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거나, 이미 15% 이상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로 매입해 처음으로 최다출자자가 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호반그룹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호반그룹의 지분 추가 취득에 따른 실질적인 지배관계 변화와 시장 경쟁제한 가능성 등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심사기간은 원칙적으로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90일 범위에서 기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지난 7월 호반건설 공시에 따르면 호반건설과 특별관계자의 한진칼 합산 지분율은 20.15%로, 당시 확인된 조 회장 측 지분율(20.57%)보다 0.42%포인트 낮았다. 호반그룹이 이후에도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반그룹의 추가 매입 규모와 현재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진칼은 이날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미확정)’ 공시에서 “향후 한진칼 최대주주 관련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도 이날 한진칼 주식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 총 370억5000만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입 목적은 ‘책임 경영 강화’이며, 다음달 3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거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가 완료되면 조 회장 개인 지분율은 공시상 5.75%에서 6.23%로 높아진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조 회장의 지분은 21.06%가 된다.
조 회장도 주식 추가 매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매도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주요 주주로 등장한 것은 2022년 3월이다. 호반건설은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조 회장 측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호반건설은 2022년 말 갖고 있던 한진칼 지분 5.0%를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에 매각했지만, 이듬해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팬오션 보유 지분 5.85%를 인수했다. 이후에도 계열사들이 장내 매수를 이어갔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의 주식 보유라고 밝혀왔지만, 대한항공 경영권 확보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최대주주에 오르더라도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경영권이 곧바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조 회장 측우군인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4.90%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조 회장 측을 지원해온 산업은행이 보유한 10.58%까지 합산하면 46.05%에 달한다. LX판토스와 GS리테일 등도 조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평가받는다.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그(우호 지분) 규모까지 합치면 충분히 과반수가 되기 때문에 경영권에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산업은행 보유 지분이 경영권 향방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올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완료, 내년 3월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까지 마치면 산업은행이 주식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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