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 보석' 한학자, 병원 이탈해 '통일교 궁전행'…극비리 첩보작전 / 풀버전
[앵커]
지난달 '병 보석'으로 풀려난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병원에만 머물러야 합니다. 그 조건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무려 51km 떨어진 가평 통일교 궁전을 수시로 오가는 모습이 JTBC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이자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휠체어를 탄 채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 한학자 통일교 총재입니다.
정교유착 의혹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병 보석으로 나와 서울아산병원 신관 18층, VIP 병실에 입원 중입니다.
비슷한 시각 지하 1층 주차장 건물 출입문 앞엔 비상등을 켠 차량이 멈춰 섭니다.
통일교 총재 전용 차량인 링컨 사의 네비게이터입니다.
새벽 6시부터 도착해 대기 중이었습니다.
아침 7시, 조수석에 한학자 총재가 올라탑니다.
3분 뒤, 차량은 그대로 병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앞뒤로 수행 차량이 붙었습니다.
이 중 한 대는 지난해 한 총재가 구치소를 오갈 때 타던 것과 같습니다.
차들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으로 향했습니다.
[저거 병원에서 나온 차 맞죠? 흰 차 뒤에 검은 차.]
교단의 본진, 천정궁으로 들어섭니다.
오전 8시가 조금 안 된 시간입니다.
한학자 총재가 탄 차량은 조금 전, 통일교 본부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병원에서 출발한 지 약 45분 만입니다.
한 총재의 거처가 있는 천정궁은 교단의 성지이자 행정의 중심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51km 떨어져 있습니다.
취재 결과 한 총재는 석방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부터 JTBC의 취재 사실을 인지한 지난달 30일까지 거의 매일 이곳을 오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오후 4시 물리치료를 받는 날에만 일찍 복귀하고, 나머지 날엔 저녁 7시 넘어 가평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은 한 총재의 건강이 나쁘다는 점을 들어 병 보석을 허락하면서 '거주지를 서울아산병원 구내로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한 총재의 보석 보증금은 2억원으로, 조건 위반 시 보석 취소와 함께 보증금도 몰수될 수 있습니다.
[앵커]
이처럼 거의 매일 반복된 한학자 총재의 아침 '궁전 행차'는 철통 경호 속에서 첩보 작전처럼 이뤄졌습니다. 통일교 고위급 인사와 가족만 아는 호화로운 극비리 행사였습니다. 한 총재 한 명이 움직이는 데 차량 3대가 동원됐습니다. 수행 인원은 JTBC 카메라에 포착된 사람만 7명에 달했습니다. 통일교는 외출이기 때문에 보석 조건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 온 제보 내용은 달랐습니다.
이어서 신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지하 1층 주차장에 검은 승용차가 들어옵니다.
곧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도열합니다.
잠시 뒤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흰색 전용 차량이 들어섭니다.
남성들이 몰려가 휠체어를 꺼내고 한 총재를 부축합니다.
운전석에서 내려 한 총재가 탄 휠체어를 밀고 병원으로 들어서는 남성은 효정글로벌통일재단의 이사장 김모 씨, 통일교 최고위급 간부입니다.
한 총재 한 명이 오가는 데 차량 총 3대가 동원됐고, 카메라에 포착된 수행 인원만 7명에 달했습니다.
모든 과정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습니다.
통일교 내부 제보자는 "직원들을 철저히 입단속했고, 한 총재가 가평 궁에 있을 땐 궁 내부 CCTV 작동도 멈췄다"고 전했습니다.
JTBC 취재가 본격 시작되자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법원이 정한 주거에 거주하면서 외출을 하는 것은 보석 조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법원이 외출 제한을 한 건 아니라면서 "잠은 병원에서 잤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보석 석방 결정문엔 한 총재의 주거를 "서울아산병원 구내"로 제한하며, 변경할 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사건 관련인들과 직간접적 접촉을 해서도 안 된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한 총재는 그러나 석방된 다음 날 증손주를 만나 용돈을 주고 후계자인 손주 부부와 교단 권력자인 두 며느리를 만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보자는 "특검 조사를 수차례 받은 참고인들을 포함해 한 총재가 만난 사람만 수십 명"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교 측은 이에 대해 "한 총재가 공동 피고인인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과 접촉한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통일교의 입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아산병원에 머물면서 외출한 것일 뿐이라며 외출을 하는 것은 보석 조건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오늘 열린 한학자 총재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병원으로 보낸 서류가 '수취인 부재'로 전달이 안 됐다며 보석 조건을 잘 지키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한 총재 변호인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을 상대로 직접 확인에 나섰습니다.
정수아 기자입니다.
[기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오늘 법원에서 열린 정교유착 항소심 공판에 출석합니다.
병 보석으로 풀려난 뒤 열린 첫 재판입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시작하자마자 "서울아산병원으로 보낸 재판 서류가 수취인 부재로 송달이 안 됐다"며 "주거 제한 보석 조건을 잘 지키고 있느냐"고 한학자 총재 측에 따져물었습니다.
지난달 22일 법원이 병원으로 서류를 보냈는데 한 총재가 병원에 없어 전달이 안 됐던 겁니다.
한 총재 변호인은 외출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보석 조건을) 잘 지키고 있다"며 "병원의 행정적 문제인지 알아보고 조치하겠다"고 딴소리를 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수취인 부재가 행정적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장에게 한 총재의 병원 이탈 여부를 알려 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교는 JTBC 보도와 관련해 한 총재가 병원에 거주하면서 외출을 하는 건 보석 조건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원을 상대로 이탈 여부를 직접 확인하겠다며 보석 조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아울러 김건희 특검 측에도 한 총재가 보석조건을 어기는지 적절하게 감독해 달라는 당부까지 했습니다.
한 총재는 "보석 조건을 잘 아느냐, 잘 준수해야 한다"는 재판부 질문에 "네"라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앵커]
현장 취재한 사회부 이자연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한학자 총재의 모습 어떻게 포착하게 됐습니까?
[기자]
한학자 총재가 석방된 후, 통일교 내부 취재원으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았습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고 계신데요. 흰색 차량입니다.
한학자 총재의 차량인데요.
링컨 사의 네비게이터, 1억 6천만원짜리 수입차량입니다.
경기 가평의 통일교 정문에 들어서는 모습인데, 누가 탔는진 이 사진으로는 확인이 안 되고 정장 입은 남성들이 늘어서서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한 총재가 궁에 왔다는 얘기들 들었고, 매일 아침 일찍 병원에서 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앵커]
거의 첩보 작전 같았다고요.
[기자]
네, 취재진이 먼저 포착한 건 새벽, 한학자 총재의 차량들이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흰색 차량 앞쪽에 보이고 뒤쪽으로는 검정색 차량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기다려보니까 오후 중에 복귀했는데요.
차 3대에서 7명가량이 내려서 경호하고 수행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최고위급 간부가 직접 운전한 것 외에도 경호부, 기획조정국 직원 등이 한 총재 내려오기 전 1시간가량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어디를 다녀온 건지, 정말 천정궁에 갔다 온 건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 날 새벽 다시 병원에서 대기했습니다.
출발하는 한 총재 모습과 가평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포착해 동선을 완성했습니다.
[앵커]
건강이 나빠서 석방이 된 건데, 서울에서 가평을 매일같이 오갔습니다.
[기자]
한 총재는 교단 최고 권력자입니다.
승계 작업이 한창이지만, 아직 모든 권한을 다 이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인물이 회의가 열리고 업무가 진행되는 본부를 매일같이 오간 겁니다.
병원에서 천정궁까지는 왕복 100km가 넘습니다.
이 거리를 '통근'하며 하루에 최소 9시간 이상, 길게는 12시간 넘게 병원을 떠나 있었습니다.
주거지를 병원으로 제한한 건 이동의 자유를 준 것이 아니라, 치료받는 구역 안에 상주하란 취지인데, 치료 목적이라는 석방의 대전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오늘 항소심 공판이 열렸습니다. 한학자 총재에 대해서요. 재판부도 '병원 이탈 여부를 통보해 달라'는 공문을 병원에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재판부 요청이 있었으니 얼마나 병원을 비웠는지, 혹시 밤에도 돌아오지 않은 날은 없었는지 등을 서울아산병원은 꼼꼼히 살펴야 할 겁니다.
[앵커]
출입 기록이 있을 테니까요. 특검은 어떤 반응입니까?
[기자]
혹시나 특검의 외출 허가가 있었던 건지 저희가 확인하자 특검은 "전혀 아니다, 당연히 외출은 안 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보도 내용이 확인되는 즉시 보석 취소를 청구할 계획입니다.
보석 조건을 위반한 것이니 재수감이 필요하단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외출이라고 주장하지만 출장 같은 생각도 들고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 전혀 확인이 안 되잖아요. 만나는 사람도 제한돼있고 사건 관계자들은 만나지 못하게 돼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안에서 누구를 만났는지까지 확인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PD 김성엽 조연출 김지후 영상취재 김재식 신동환 정철원 영상편집 박수민 백경화 영상디자인 곽세미 송재민 신재훈 엄승헌 김현주 조성혜 영상자막 성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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