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직 부장판사 “여권, 헌법상 권한 남용하면 내란 우두머리와 무엇이 다른가”···대법원장 국정조사 반발

현직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논의와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는 여권에 대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2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여권 관계자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여권과 조 대법원장의 갈등이 시작된 배경으로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을 꼽았다. 정 부장판사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워버릴지 모를 대법원 판결을 받으셨다”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이 우리 숨통을 끊으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느끼셨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이쪽을 적대한다고, 언제든 선을 넘는 데 거리낌이 없을 거라고 느끼실 법하다”며 “대법원의 힘을 빼고 새로 임명된 사람들로 거의 다 채우며 그 판단에 상위판결이라는 족쇄를 채워야 안심되셨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개혁 3법을 언급하며 “대법관 증원도 재판소원도 비록 도입은 마땅찮지만 운영만 잘 되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어쨌든 여당과 사법부 사이 긴장이 그 정도에서 해소되기만을 바랐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대법관 재제청 갈등 국면에서도 여권이 조 대법원장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부장판사는 “새 대법관들을 전부 ‘맘에 꼭 드는 사람’으로 골라 앉혀야만 (마음이) 놓이실 모양”이라며 “임명가부만을 정할 수 있는 소극적 권한인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특정인의 제청을 강제할 적극적 권한으로 변질시키려 하신다는 게 저만의 오해일까요?”하고 반문했다.
정 부장판사는 “그 시도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빌미로 지난 감정을 실어 대법원장을 쫓아내고자 시작하신 게 탄핵논의이고 이번 국정조사 아닌가요”라고 여권의 국정조사도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잘한 것은 없다”며 “흠결 있는 절차로 불신을 자초했을뿐더러 제대로 책임진 사람도 없다”고 짚었다. 이어 “그 판결 이후 대법원장은 사퇴하시는 편이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본인께서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하신 이상 제3자가 사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무리가 따르고 곧 권한남용이 된다”며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세력 복귀 가능성을 핑계로 그 진압을 명분 삼아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정 부장판사는 “개별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시도를 실질사유 삼아 사법부를 몰아붙이시는 것은 명백히 사법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법관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부디 이성을 찾고 그쯤에서 멈추시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지난달 30일 코트넷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사법제도 개편 모습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성 판사는 해당 글에서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편을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어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관들은 해당 게시글에 대해 ‘공감한다’거나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잃은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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