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더 계시지”···‘국민 아버지’ 최불암, 눈물의 마지막 길

윤승민·서현희 기자 2026. 11. 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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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발인이 엄수된 2일 서울 여의도성당 장례미사 후 운구 행렬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를 들러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고 최불암의 발인이 엄수된 2일 운구 행렬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를 들러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장지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만 더 계시지… 좋은 분들은 왜 일찍 가시나 몰라.”

2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 앞에서 고 배우 최불암(본명 김영한)의 운구 행렬을 기다리던 A씨(70)는 말했다. 그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오전 7시부터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기다렸다. 그는 “<전원일기>를 보며 자란 우리 세대에게 최불암 선생님은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별세한 ‘국민 아버지’ 최불암이 영면에 들었다. 이날 오전 7시40분 고인의 빈소가 차려졌던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인이 비공개로 엄수됐고, 오전 9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치러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고인과 부자의 연을 맺었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강석우, 정준호, 송일국, 신현준, 김혜수, 방송인 김경란, 그룹 신화의 앤디 등이 발인을 마친 유가족과 함께 미사 현장을 찾았다. 송일국은 사제복을 입은 채 운구차에서 내린 최불암의 관을 함께 옮겼다. 최불암의 손자가 영정을 들고 앞에 섰다.

염수정 추기경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고(故) 최불암 장례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례미사는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인 지난달 20일 염 추기경에게 병자성사를 받았고, 2018년 염 추기경 주례로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인연이 있다. 염 추기경은 2018년 세례식 후 최불암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연기자는 구도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깨닫게 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경 쓰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최불암 프란치스코 형제님의 푸근한 미소를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며 “고인은 우리가 어렵게 살던 시절 위로와 희망을 준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민재 회장, <한국인의 밥상>으로 정성이 듬뿍 담긴 우리의 밥상을 알려주시던 국민 아버지, 국민 배우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고인이 남겨준 사람에 대한 사랑은 그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불암이 42년째 전국후원회장을 맡았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황영기 회장은 최불암을 가리켜 “연기로 보여주신 좋은 어른의 모습을 실제 삶으로 이어가셨다”며 “따뜻한 목소리, 인자한 미소를 더는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최불암을 ‘이모부’라고 부르며 따랐던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아베 마리아’를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을 위로했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하는 고(故) 최불암 장례 미사에서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아베 마리아’를 부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인의 배우자 김민자씨는 미사보를 쓴 채 미사 내내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손을 모아 쥐었다. 미사가 끝나고 최불암의 관이 다시 운구차에 들어가자 김씨와 김혜수, 김경란이 서로 껴안고 크게 흐느끼기도 했다. 김혜수는 딸을 자처하며 장례 기간 내내 빈소를 지켰다. 신현준은 눈물을 흘리며 운구차를 쓰다듬었다.

배우 고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발인이 엄수된 2일 서울 여의도성당 장례미사 후 운구 행렬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를 들러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장례 미사를 마친 운구 행렬은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로 향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오전 11시쯤 재단 사무실에 도착한 운구 행렬을 검은 옷을 입은 재단 직원 약 300명이 묵념으로 맞이했다. 송일국이 든 영정 뒤를 유인촌 전 장관과 재단 홍보대사인 개그맨 이홍렬, 김경란, 앤디와 재단 및 전국후원회 임원들이 따랐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 약 50여명도 최불암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최불암과 여러 현장에서 함께 활동해 온 김선희 팀장은 추도사에서 “회장님이 ‘어린 나무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건, 주변에 큰 나무들이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셨다”며 “그 큰 나무가 회장님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이제 저희가 그 큰 나무의 자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들의 헌화를 끝으로 최불암은 장지인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으로 향했다. 최불암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배우 고 최불암의 발인이 엄수된 2일 운구 행렬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를 들러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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