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경유' 러시아산 가스 유럽 재공급 추진

김정유 2026. 11. 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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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겨울철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재개 방안을 물밑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겨울철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폭격으로 대도시의 대정전과 인도적 재앙이 우려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스 수송 재개안을 수용할 경우, 유럽의 입장도 바뀔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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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사 쿠슈너·위크코프, 9월 러·우크라에 제안
우크라엔 통행세, 러시아엔 유럽제재 우회 가스판매
푸틴 휴전협상 끌어들일 유인책, 하지만 유럽은 냉담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겨울철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재개 방안을 물밑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를 이달 중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릴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평화회담에 앞서 ‘에너지 분야 휴전’을 이끌어낼 핵심 유인책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對)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길 거부하는 유럽 국가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WSJ는 미·유럽·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가 지난 9월 모스크바와 키이우를 잇따라 방문해 이 같은 중개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제시한 구상은 미국 중개업체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에 판매함으로써 유럽연합(EU)의 제재망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수익 기회를 제공하고, 가스 파이프라인을 제공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엔 통행 수입을 안겨주겠단 포석이다.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WSJ에 “러시아가 가스 판매 대금을 침략 전쟁 자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금을 제3국 관할권의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계좌에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미국 협상단은 해당 제안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주요 정유소 3곳을 다시 공격하면서 아부다비 회담을 앞두고 에너지 휴전 타결의 신속 추진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2022년 9월 폭파된 노르트스트림 해저 파이프라인의 재개통까지 각국의 갈등을 풀 ‘빅딜’의 한 요소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럽의 반응은 냉담하다. EU는 이미 내년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평화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러시아산 에너지 복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단 예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WSJ와의 인터뷰에서 “내일 당장 평화가 찾아온다 해도 러시아를 결코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수입 금지는 영구적이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한 북유럽국가의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산 가스 수입 재개는 유럽이 지켜온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럽국가의 한 당국자는 “사업상 거래를 대가로 체코슬로바키아를 히틀러에게 바쳤던 1938년 네빌 챔벌린 영국 총리의 유화정책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유럽의 저항선이 무너질 가능성에 ‘베팅’을 걸고 있다. 미국의 이란 침공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이 가로막히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EU 통계에 따르면 유럽은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비용으로만 1000억 유로(약 1120억 달러) 이상을 추가 지출했다. 현재 유럽의 지하 가스 저장률은 75% 수준으로, 9년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

더불어 이란전의 여파로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역시 사실상 고갈된 상태다. 러시아의 겨울철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폭격으로 대도시의 대정전과 인도적 재앙이 우려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스 수송 재개안을 수용할 경우, 유럽의 입장도 바뀔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나온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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