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기업 151곳 첫 공개…현대제철·이마트 등 대기업도 포함
거래소, 내년부터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기관투자자 주주관여 활동도 강화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에서 장기간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한 상장사 151곳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업별 저평가 상태를 시장에 드러내 자발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제철과 한화생명,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이마트 등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거래소는 1일 코스피 96개사와 코스닥 55개사 등 총 151개사를 저PBR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PBR이 장기간 이어진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여부도 공개 대상 선정에 반영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의 후속 작업이다. 저PBR 기업의 이름을 공개하는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방식을 통해 투자자와 주주의 관심을 높이고 기업의 개선 노력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 코스피 96곳·코스닥 55곳 공개…평균 PBR 0.25배에 그쳐
저PBR 기업으로 선정되려면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최근 7개 반기 가운데 6개 반기 동안 업종별 PBR 하위권에 해당해야 한다.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른 업종별 순위를 기준으로 코스피는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속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저PBR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은 코스피 115개사, 코스닥 70개사 등 모두 185개사였다. 이 가운데 지난달 2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34개사는 공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최종 공개 대상은 151개사로 정해졌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수치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장부상 순자산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공개된 기업들의 PBR을 단순 평균하면 약 0.25배다. 국내 상장사 평균인 약 1.8배와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가 나타난다. 업종 내 상대적 저평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 기업들이 명단에 대거 포함된 셈이다.
공개 대상에는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에서는 현대제철의 PBR이 0.19배였고 한화생명은 0.27배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0.17배, 롯데케미칼은 0.18배, 이마트는 0.15배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규모와 관계없이 장기간 낮은 PBR을 기록한 기업들이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소재·산업재 중심으로 명단 구성…코스닥 중견기업도 다수 포함
코스피에서는 소재 업종에 속한 기업이 23개사로 가장 많았다.
고려제강과 동일산업, 세아홀딩스, 영풍, 태광산업 등이 포함됐다. 산업재 업종에서는 LX홀딩스와 대한해운, 코오롱, 한진 등 22개사가 공개됐다. 자유소비재 업종에서도 넥센과 롯데하이마트, 일신방직 등 18개사가 명단에 올랐다.
필수소비재 업종에서는 농심홀딩스와 삼양사, 크라운해태홀딩스, 하이트진로홀딩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등 12개사가 포함됐다.
코스피 업종별 평균 PBR은 부동산이 0.11배로 가장 낮았다. 유틸리티는 0.25배였으며 자유소비재와 소재는 각각 0.27배, 에너지는 0.28배로 모두 0.3배를 밑돌았다. 정보기술은 0.63배, 헬스케어는 0.51배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코스닥에서도 시가총액 1000억원을 웃도는 기업들이 다수 공개 명단에 포함됐다. KCC건설과 원익, 슈피겐코리아, 한국캐피탈, 동원개발, 아이디스홀딩스, 선광, 대한약품 등이 대표적이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모베이스와 세중, 에이치케이 등 17개사가 선정됐다. 산업재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넥스턴앤롤코리아, 서한, 신원종합개발, 경남제약, 삼아제약, 케이엠 등 각각 10개사가 명단에 포함됐다.
코스닥 업종별 평균 PBR은 부동산과 에너지가 각각 0.17배로 가장 낮았다. 자유소비재는 0.25배, 소재는 0.28배였다. 산업재와 필수소비재, 금융, 커뮤니케이션은 각각 0.31배를 기록했다. 헬스케어는 0.51배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 개선계획 공시하면 공개 면제…내년부터 기업별 컨설팅 지원
저PBR 기업으로 선정됐더라도 명단 공개 7거래일 전까지 기업가치 개선계획을 공시하면 1년간 공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최근 12개 반기 연속 또는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동안 저PBR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개선계획 공시 여부와 관계없이 명단에 포함된다.
지난달 2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 34개사와 코스닥 28개사 등 총 62개사다. 이 가운데 공개 제외가 불가능한 15개사를 제외한 기업들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나머지 공시 기업 중 13개사는 애초 저PBR 선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공개 명단은 2일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카인드(KIND)의 밸류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증권사 트레이딩시스템에서도 해당 종목에 '저PBR' 표시가 부여된다. 투자자들이 관련 기업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명단의 공개 기간은 내년 5월 4일까지다. 거래소는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저PBR 기업을 발표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명단에 포함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일대일 맞춤형 PBR 개선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별 저평가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 목표와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PBR 개선계획을 제출하면 공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음에도 저PBR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거나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개선계획을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별 저PBR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자본효율성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특성에 맞는 개선방안과 국내외우수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실행계획 수립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저PBR 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경영진과의 대화와 개선 요구, 의결권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를 촉진하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개정과 모범사례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도 수탁자 책임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관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실제 경영진과의 대화, 개선 요구, 의결권 행사 등 실질적인 관여가 이뤄졌는지를 향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