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1 훈련기 공중 충돌 두 달 간 '쉬쉬'.. 공군, 왜 입 닫았나
날개·동체 파손에도 인명 피해 없어…전방 주시 미흡 지목
사고 직후 국방부·합참 보고하고도 언론 공지 없이 침묵
두 달 가까이 늑장 공개…조종사 문책 넘어 군 안전관리 도마

조종사들이 비상착륙에 성공해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훈련 과정에서 기체 간 충돌이 발생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지만, 사고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공군의 대응을 두고 군의 안전관리 체계와 정보 공개 원칙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일 공군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 오전 9시께 경남 사천 공군기지 인근 상공에서 KT-1 훈련기 2대가 충돌했다. 비행 훈련을 수행하던 두 기체는 서로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거리가 좁혀졌고, 이 과정에서 한 기체의 날개가 다른 기체의 동체와 접촉했다. 공중에서 운항하는 항공기 사이의 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워졌더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다행히 두 기체의 조종사들은 사고 직후 비상절차에 따라 대응했고, 모두 안전하게 비상착륙했다. 조종사 부상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체의 동체와 날개 일부가 파손되는 물적 피해가 확인됐다. 공군은 사고 원인으로 조종사들의 전방 주시 미흡을 지목하고 관련자들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했다.
KT-1은 국내에서 개발한 기본훈련기로, 공군 조종사 양성 과정에서 활용되는 핵심 항공 전력이다. 훈련기 운용은 조종사의 비행 능력과 상황 판단력을 키우는 과정인 만큼 안전한 비행 환경과 철저한 통제 체계가 필수적이다.
특히 여러 항공기가 같은 공역에서 훈련할 때는 기체 간 간격 유지와 위치 확인, 관제기관과의 교신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조종사의 전방 주시 미흡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개인의 주의력 문제만으로 사고를 설명하기에는 살펴볼 대목이 적지 않다.
비행 계획과 공역 통제, 항공기 간 충돌 방지 절차, 관제 과정에서 위험 요소를 사전에 걸러내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중충돌은 한 명의 판단 착오가 여러 기체와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을 조종사 개인의 과실로 좁히면 조직 차원의 안전관리 문제나 구조적 취약점을 놓칠 우려도 있다.
더 큰 논란은 사고 이후 공군의 정보 공개 방식이다. 공군은 사고 직후 국방부와 합참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조사 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별도의 언론 공지는 하지 않았다. 두 기체가 안전하게 착륙했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체 두 대가 공중에서 충돌했다는 사실은 군 항공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외부에 알릴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고 발생 후 두 달 가까이 지나서야 외부에 알려진 점도 문제다. 군사작전과 직결되는 정보는 보안상 공개에 제한이 따를 수 있지만, 항공 안전사고의 발생 사실과 기본적인 조사 결과까지 장기간 공개하지 않는 관행은 국민의 알 권리와 군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사고 은폐 의혹을 차단하려면 공개 가능한 정보와 군사기밀을 구분하고, 객관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는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지만, 안전한 착륙이 사고의 위험성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공군은 조종사 문책에 그치지 않고 비행 통제와 관제, 훈련 절차 전반을 점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고 원인과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제도 빠질 수 없다. 군의 신뢰는 사고가 없다는 선언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고, 발생한 문제를 책임 있게 밝히는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