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0분 만에 코인 8.4조원 털어…바이낸스 노린 北 해커의 속도전

변덕호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ddoku120@mk.co.kr) 2026. 10. 3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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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대 가상자산이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조직이 거래소 내부 시스템에 침투한 뒤 대규모 자산을 순식간에 빼돌린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특정 지갑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이런 방식의 직접적인 동결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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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노트북 먼저 해킹
비트코인 1만8270개 탈취
동결 전 이더리움으로 전환
과거 해킹 자금과 섞이며 정체 드러나
바이낸스 해킹. [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8조원대 가상자산이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조직이 거래소 내부 시스템에 침투한 뒤 대규모 자산을 순식간에 빼돌린 것이다. 해커들은 자금 추적과 동결을 피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바꾸는 등 치밀한 자금 세탁 수법까지 동원했다.

31일 로이터통신과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체이널리시스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미 동부시간 기준 지난 29일 오후 4시 5분(한국시간 30일 오전 5시 5분)께 시작됐다. 공격자들은 바이낸스 개발·운영 담당 엔지니어의 노트북을 먼저 해킹해 거래 승인에 필요한 서명 권한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상적인 승인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권한을 손에 넣은 뒤 거래소의 블록체인 지갑을 공격한 것이다.

이들은 4시 5분∼9분 사이 2억3천346만 XRP를 자신들의 계정으로 송금했고 이어 4시 10분께에는 ‘솔라나’와 ‘옵티미즘’ 지갑을 낚아챘다.

특히 오후 4시 20분께에는 비트코인 1만8270개를 한꺼번에 탈취했다. 이어 약 2분 뒤에는 테더(USDT) 6억1270만개를 무단 인출하는 등 공격 속도를 높였다.

이번 공격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탈취한 자산을 옮기는 과정이다. 해커들은 자금 동결 가능성이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확보하자마자 상당 부분을 이더리움으로 교환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특정 지갑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이런 방식의 직접적인 동결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커들은 약 3억2500만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 12만2300개로 바꿨다. 당시 이더리움 시장 가격은 개당 2300~2350달러 수준이었지만 해커들은 2650달러를 지불하면서까지 교환을 서둘렀다. 자산 가격보다 동결을 피하는 것이 급했던 셈이다.

이들은 6000만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이더리움 1만9760개를 빌리기도 했다. 여러 지갑을 거쳐 자금을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 새로운 지갑으로 돈을 보낼 때는 먼저 소액을 입금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등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동원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치밀한 자금 이동 과정에서 오히려 정체를 드러내는 단서가 나왔다. 지난달 발생한 비트겟 해킹 자금과 이번 바이낸스 탈취 자금이 서로 뒤섞이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분석업체들은 이를 근거로 이번 공격의 배후에 북한 정예 해킹 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는 해커들의 속도전에 대응해 자금 동결에 나섰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서클은 각각 15억7000만달러, 8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도 2700만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커들이 이미 상당량을 동결이 어려운 자산으로 바꿔놓은 뒤였다.

바이낸스는 대규모 해킹에도 고객 자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고객 자금은 절대 사용하지 않으므로 영향이 없다”고 공지했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도 “주주로서 모든 사용자 자금이 전액 보상될 것으로 본다”며 “이용자 자금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비상 기금인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 10억달러와 회사 보유 자금 63억4000만달러, 자오 창업자가 보유한 스페이스X 주식 10억달러 등을 동원해 피해를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해킹 이후 일시 중단했던 가상자산 출금 서비스도 약 34시간 안에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USSS)은 바이낸스 등과 공조해 조사에 착수했다. 영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은 이번 사건을 단일 해킹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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