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버지’이자 원조 ‘밈 스타’···90년대 휩쓴 ‘최불암 시리즈’를 아시나요
“입시에 찌든 학생들이 잠시라도 웃길”
고인의 광범위한 대중 영향력 입증

29일 타계한 배우 최불암은 <전원일기>의 김 회장 역으로 사랑받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도 대중의 웃음을 이끌었다. 바로 ‘최불암 시리즈’ 주인공으로서다.
1990년대 초·중반 유행한 이 시리즈는 당대 ‘국민 아버지’로 불리던 최불암을 주인공으로 한 유머다. 최불암이 연기한 <전원일기> 속 김 회장은 인자하고 점잖은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뒤집어 엉뚱하고 다소 허무한 유머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최불암 시리즈의 특징이었다. 유머에는 <전원일기> 속 다른 등장인물도 종종 등장했다. 드라마 속 아내였던 김혜자와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주고받거나, 둘째 아들 역을 연기한 유인촌의 지적인 질문에 최불암이 황당한 답변을 하는 식이었다.
아들이 붕어빵 장수인 최불암에게 학교에 아버지 직업을 써내야 한다고 말하자 최불암이 말했다. “수산업이라고 써라.”
최불암과 유인촌이 63빌딩 꼭대기에서 탁구를 쳤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유인촌의 공이 빌딩 밖으로 날아갔다. 공을 잡으려고 뛰어내린 최불암은 한 시간 뒤 땀범벅이 된 채 돌아와 말했다. “1 대 0”.
때로 이미 전승된 유머의 주인공을 최불암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불암 특유의 이미지 덕분에 유머에 의외성이 더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최불암 시리즈는 당시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했던 PC통신 등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본인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유머였지만 최불암은 대승적으로 반응했다. 최불암은 출판사에서 시리즈를 엮어 책으로 내는 것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입시에 찌든 학생들이 경직돼 있어 잠시라도 웃고 대화할 수 있으면 했다”고 말했다. 최불암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불암 시리즈를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평소의 진지한 정극 연기 방식으로 코미디를 소화해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했다.
배우가 특정 드라마 속 역할을 넘어 한 시대의 유머 캐릭터이자 ‘밈’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은 최불암과 그가 연기한 김 회장이 한국 대중의 기억에 얼마나 뚜렷하게 각인돼 있었는지 보여준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지난 5월 방영된 MBC 다큐 <파하, 최불암입니다>에서 “최불암은 한 시대의 문화 아이콘이었다. 그가 자신을 개그 소재로 내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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