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이어 진성준까지 ‘美 입국 불발’…한미동맹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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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의 균열 징조일까, 우연이 겹친 일시적 마찰일까. 한미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던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이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이 지연된 데 이어 또다시 현직 국회의원의 공식 방미 일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8일 미국 정부가 자신의 관용비자(A-2) 발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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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보공유 제한에 전작권 이견까지…SCM도 28년 만에 해 넘겨
美대사마저 인정한 ‘난기류’…정부는 “동맹 이상 없다” 진화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혈맹의 균열 징조일까, 우연이 겹친 일시적 마찰일까. 한미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던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이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이 지연된 데 이어 또다시 현직 국회의원의 공식 방미 일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미 국방장관은 연례 한미안보협의회(SCM)를 내년 초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70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의 신뢰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방위원장마저 비자 거부…美 문턱에서 멈춘 한국 국회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8일 미국 정부가 자신의 관용비자(A-2) 발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오는 11월1일부터 5일까지 하와이에 있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방미단에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포함됐다. 새뮤얼 파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 등 미국 측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까지 확정된 상태였다는 게 진 위원장 측 설명이다.
진 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조치를 두고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을 무시하고 한미동맹의 근간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2014년 국방위원 자격으로 같은 사령부를 방문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미국 방문을 준비했지만 비자 심사가 지연되자 감사 지역을 유럽으로 변경했다. 정 의원은 1989년 주한 미국대사관저 점거농성에 가담한 전력이 있으며, 2013년에도 미국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진 위원장 역시 과거 학생운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전력이 있다. 다만 미국 측은 두 의원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비자 문제는 국회의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에 파견될 예정이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비자 발급과 외교관 신분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정원은 이를 미국과 협의 중인 절차적 문제로 설명하며 정보협력 갈등과의 연관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외교·안보 분야 공직자들의 미국 방문과 파견에 잇달아 차질이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를 둘러싼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정보공유 제한부터 전작권 충돌까지…쌓여가는 안보 불협화음
국회뿐 아니라 안보분야에서도 불협화음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정보협력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발단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시설 관련 발언이다. 당시 정 장관은 국회에서 평안북도 구성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언급했다. 이후 미국은 한국에 제공하던 일부 대북 정보의 공유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일부 정보공유 제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정 장관은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시설에 관한 언급이 이미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뤄졌고, 비밀정보를 새롭게 공개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미국의 일부 정보공유 제한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 국정원이 미국 측 요청으로 참석하지 못한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졌다.
양국의 견해차는 군사주권 문제에서도 표면화됐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달라졌으며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국 정부가 전작권 조기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브런슨 사령관의 DMZ 관련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그는 유엔군사령부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DMZ 남쪽 철책선부터 시작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엔사의 정전협정상 관할권을 강조하려는 발언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한국의 영토주권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여권의 반발이 이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정감사에서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에게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전협정 관리 권한과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둘러싼 해석 차이도 양국이 조율해야 할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런 가운데 28일에는 전작권 전환의 주요 협의 무대인 SCM 일정마저 늦춰졌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이날 필리핀 세부에서 만나 12월 워싱턴에서 별도의 양자 회담을 개최한 뒤 내년 초 제58차 SCM을 열기로 했다. 연례 SCM이 해를 넘겨 열리는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미국 측은 양국 지도부의 일정 문제에 따른 합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올해 SCM에서 전작권 전환 관련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하고 전환 목표연도를 결정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정 조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동맹의 위기인가, 국익의 충돌인가…엇갈리는 한미의 시선
양국 간 이견은 안보를 넘어 경제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타결한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조치로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1일에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사업이 첫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로 발표됐다. 그러나 후속으로 논의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등에서는 투자 조건과 상업적 타당성에 대한 협의가 남아 있다.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문제도 갈등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한국의 규제 조치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규정하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한국 정부로서는 국내 법률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만, 미국은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를 통상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양국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스틸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21일 한미 관계가 일종의 '난기류'를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에 조현 장관은 27일 국정감사에서 스틸 대사와 조찬을 하며 해당 발언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난기류를 통과할 때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스틸 대사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양국의 군사협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심은 한미 양국 외교·안보 수장의 후속 협의에 쏠린다. 조현 장관은 29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앞서 정청래 의원의 비자 문제를 미국 측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진성준 위원장의 비자 거부 문제까지 새롭게 불거졌다. 한미 국방장관 역시 12월 후속 회담을 열기로 한 만큼, 비자 문제의 처리 방향과 정보협력 정상화, 전작권 전환 일정 등이 앞으로 양국 협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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