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내년초로 연기… 전작권 이견 못 좁혀
해 넘기는 SCM, 28년 만에 처음
내년 2월에 개최될 가능성 높아
12월 美서 별도 장관회담 열기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협상과 한미동맹 현대화 등 한미 간 안보 현안을 다루는 연례 국방장관급 협의체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내년 초로 연기됐다고 정부가 28일 밝혔다. 통상 매년 11월쯤 개최되던 SCM이 해를 넘겨 열리는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가 열리는 필리핀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취임 후 첫 회담을 했다. 회담 후 국방부는 “올해 12월 워싱턴DC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2027년 초에 SCM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내 해야 할 SCM을 미루고 별도 회담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SCM에서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의 지휘 능력 등을 확인하는 3단계 검증안 중 2단계인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하고, 전작권 전환 시기인 ‘X연도’를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이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SCM이 해를 넘기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CM은 내년 2월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SCM이 국내 정국 불안으로 취소되고, 1998년 SCM이 미국의 이라크 공습 탓에 이듬해 1월로 미뤄진 적은 있다. 그러나 58년의 SCM 역사상 이듬해 2월 개최는 전례가 없다.
우리 국방부는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 적기에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지난달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성명에서 사용한 “전작권 전환 가속화” 대신 “적기”란 표현을 써서 전환 속도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차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0분 만난 韓美국방, 전작권 전환 ‘가속화’ 대신 “적기에”
28일 필리핀에서 열린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간의 회담은 당초 예정한 15분을 훌쩍 넘겨 40분 가까이 이어졌다. 양 장관은 지난달 22일 강 장관이 취임한 후 상견례 성격의 전화 통화도 하지 않아, 강 장관의 취임 37일 만인 이날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첫 회담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국방부는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내년 초로 연기하게 된 사실을 알리며 “역사적인 제58차 SCM의 성공적인 개최가 중요하다”고 했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우리 정부가 SCM까지 남은 기간에 전작권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완성하고 미국을 설득해, 내년 초 SCM에서 전작권 전환 시점을 발표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군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절차 중 하나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료’가 올해 안에는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정치적 결단’으로 이를 넘어서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1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포함한 여러 계기에 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이견을 ‘톱다운’ 방식으로 조율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韓美, SCM 시기 놓고도 한때 엇박자
이날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SCM 연기가 확인되기 직전까지 양국 국방부는 SCM 시기와 관련해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27일(현지 시각) 본지에 SCM이 내년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결정은 우리 지도자들의 일정상의 충돌로 인해 상호 합의에 따라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국방부는 28일 오전까지도 “SCM 일정은 협의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 등은 확정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장관 회담에서 SCM 시기를 앞당겨 보려고 했지만, 12월에 별도의 회담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내년 SCM까지 우리 정부는 고위급 레벨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정치적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외통위 종합국정감사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 일정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대로 추진할 것이냐’는 질의에 “(미국이) 동의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며 “그런 결기로 협상을 해서 동의를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당초 올해 안에 완료하려던 전작권 전환을 위한 ‘로드맵’ 작성을 아직 미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측은 한국의 감시정찰과 통신 능력은 물론 방공 능력, 대화력전 능력, 전시탄약 등도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이 로드맵에 이런 능력을 언제 어떻게 충족할지에 대한 내용을 담겠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브런슨 “한반도에선 10분의 여유도 없다”
이런 가운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27일 하와이에서 열린 국방 IT·통신·사이버 안보 콘퍼런스 ‘테크넷’ 행사 기조연설에서 “기막힌 현실은 한미가 연합작전통제소에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두 개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서로 다른 두 개의 작전상황도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군 레이더에 포착된 항적을 수작업을 통해 미군에 전달하며 생기는 지연 등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의 지휘체계 통합 수준이 현대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군은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1000분의 1초’ 단위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한미 양국 간에는 군 지휘통제체계 일원화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같이 갑시다’는 슬로건이 아닌 작전적 필수 과제”라며 “그 약속은 분이나 시간이 아닌 초 단위로 측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전구(KTO) 안에서 우리에게는 10분의 완충 시간도 없다”고도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자전 상황에서 기존 통신망이 48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런슨 사령관은 “적들은 매일 전자전 공격을 하며 서해에서 GPS를 교란하고, 우리의 센서와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려고 시도한다”며 “만약 자산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위성통신, 무한한 대역폭, 광케이블 연결을 필요로 한다면 한반도에서는 개전 이후 48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폴 라캐머라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한 화상 대담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우리(한미)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적이 아닌 지휘 체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전투가 시작될 때도 그 체계는 최적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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