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32% 트럼프, 중간선거 지면 한국도 흔들린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1월 3일, 미국인들이 투표소로 향한다.
선거 참여 문턱 높이려 나섰으나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작년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중간선거 결과를 유리하게 가져오려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텍사스 공화당은 공화당 의석을 5석 늘리도록 설계한 새 선거구 지도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외쳐온 '부정선거 방지'를 명분으로 한 조치도 취해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지지율 30%대↓…핵심 지지층 ‘라티노 남성’ 이탈
● 하원 민주당 우세…공화당, 상원 잡으려 고군분투
● 상·하원 모두 뺏기면 트럼프 행정부 ‘식물 정부’ 전락
● 관세 유지 가능성…대미투자·핵잠사업은 의회 영향력↑
● 트럼프 행정부 행보를 미리 대비해야 하는 이유

미국 중간선거는 이름 그대로 대통령 임기의 '한가운데'에 치르는 선거다. 4년 임기의 딱 절반이 지난 시점이다.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이 2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민심의 심판대에 선다. 연방 상원은 100석 가운데 3분의 1인 33~34석을 새로 뽑는다. 여기에 50개 주 가운데 36곳 안팎에서 주지사를 뽑고, 주의회 의원과 교육감·판사·검사·시장 같은 지방 공직자 수천 명을 함께 선출한다. 대통령 한 사람만 빠졌을 뿐, 사실상 미국 정치 전체를 한 번 뒤집어엎는 선거다.
한국 정치 일정에 비유하자면 총선과 지방선거를 같은 날 치르면서, 그것을 대통령 임기 중간에 배치해 사실상 중간평가로 만들어놓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중간선거를 두고 흔히 대통령의 '중간고사 성적표'라 말한다. 그동안 치러진 중간선거를 보면 대부분 여당이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 대선 승리 요인, '라티노 남성'이 돌아섰다
미국 현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연방 하원은 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진다. 관건은 상원이다. 상원 선거는 구도는 공화당에, 판세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다. 공화당은 현재 상원 100석 가운데 53석을 차지하고 있고,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지역 중에도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이 많다. 하지만 판세는 점차 민주당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텍사스·오하이오·아이오와·알래스카 등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민주당이 약진하면서, 민주당이 열세였다가 격전지로 바뀌는 곳도 늘고 있다.중간선거 판세를 보여주는 수치들을 살펴보면 여당인 공화당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먼저 대통령 지지율이다. 10월 20일 발표된 로이터통신과 글로벌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의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월 26일 로이터통신‧입소스 조사에서 32%로 지지율이 소폭 올랐으나 어느 쪽이든 2025년 1월 취임당시의 48%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층의 변화도 크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인 유권자 집단은 남미계인 라티노다. 퓨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서 라티노 표의 48%를 얻었다. 민주당 후보였던 해리스의 라티노 표 득표율은 51%였다. 격차는 3%포인트에 불과했다. 2020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5%포인트,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38%포인트 차로 이겼던 집단이다. 라티노 남성에서는 트럼프가 50% 대 48%로 이겼다. 라티노 여성은 해리스가 52% 대 46%로 이겼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였다. 특히 라티노 남성들은 낙태나 환경 같은 사회 이슈보다 경제 문제를 우선시했고, 물가와 생활비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 지지 이탈로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10월 4일 NBC가 미국 스페인어 방송 텔레문도와 함께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 결과 라티노 등록 유권자의 59%는 민주당이, 35%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길 원했다. 트럼프 행정부 국정 지지율은 27%에 불과했다. 2024년 승리의 주역이던 라티노 남성 사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국정 지지율은 33%에 그쳤다.
결정적 변화는 경제와 이민 단속 문제다. 경제를 누가 더 잘 다루겠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이 잘 다룰 것'이라는 응답이 48%로 '공화당이 잘 다룰 것'이라는 응답(27%)을 앞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지나치다'는 응답은 67%에 달했다.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가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먼저 상원의 인준이 필요한 연방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법적 소송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연방판사 임명권 제한은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상하 양원의 상임위가 청문회를 구성하고 각종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게 된다. 이란 전쟁의 개전 권한, 이민 단속 작전의 지휘 계통, 트럼프 일가의 비리, 관세 환급금의 처리, 엡스타인 파일 등이 청문회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의회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지니 백악관은 행정명령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정과제를 입법을 통해 추진할 수 없으니 행정명령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이를 소송으로 대응하면, 법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나 백악관의 판사 임명이 어려우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권한은 더욱 약화할 것이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가 '식물 정부'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선거 참여 문턱 높이려 나섰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작년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중간선거 결과를 유리하게 가져오려 노력했다. 첫 번째 수단은 선거구 재획정이었다. 미국은 대체로 10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조사의 결과에 맞춰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구조사를 기다리지 않고 많은 곳에서 선거구 재획정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중간선거에서 유권자 열 명 중 한 명은 2년 전과 다른 선거구에서 투표하게 됐다.시작은 2025년 여름 텍사스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텍사스 공화당은 공화당 의석을 5석 늘리도록 설계한 새 선거구 지도를 만들었다. 텍사스를 따라 공화당 우세 주들이 줄을 이어 선거구를 재획정했다. 2025년 가을 노스캐롤라이나와 오하이오가 새 지도를 확정했다. 두 주에서 공화당이 최다 3석을 더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판은 플로리다였다. 2026년 5월 확정된 새 선거구 지도로 공화당 의석을 최다 4석 늘릴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캘리포니아에서 반격했다. 민주당은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에 유리했던 선거구 5곳을 없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외쳐온 '부정선거 방지'를 명분으로 한 조치도 취해졌다. 백악관은 2025년 3월 행정명령을 통해 유권자 등록 때 시민권 증명 서류를 제출토록 하고 우편투표는 선거일 당일 도착분만 유효하도록 선거제도를 바꾸려 했다. 법원이 이 조치들이 대통령의 권한 밖이라고 판결하자 입법을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공화당은 'SAVE America Act'라는 법안을 통해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서류 증명 의무화에 더해 투표 시 사진 부착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려 했으나 입법에 실패했다.
입법이 어려워지자 법무부가 나섰다. 법무부는 거의 모든 주에 유권자의 생년월일,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번호 등이 포함된 유권자 명부 원본을 요구했다. 각 주에서 연방법상 명부 관리 의무를 지키는지 점검하겠다는 명분이었다. 대다수 주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근거로 명부 제출을 거부했다. 법무부는 30개의 주와 워싱턴D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0월 13일 기준 법무부 손을 들어준 판결은 한 건도 없다.
중간선거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중간선거 뒤 일어날 미국 내 정치 변화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관세 부분부터 설명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관련 관세 부과 권한을 잃는 것은 아니다. 통상 부분에서는 현재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의 근거는 이미 통상법 301조로 옮겨가 있다. 해당 법 조항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하거나 차별적 무역 관행으로 미국 상업에 제약이 생긴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관세 부과, 수입 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2월 미국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관세 무효화 이후, 행정부는 통상법 122조(달러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최장 150일간 대통령이 최고 15%의 긴급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법 조항)를 적용했다가 그 150일 시한이 7월 24일 만료되자 같은 시각에 301조 조치를 적용했다. 301조는 의회가 이미 대통령에게 위임해 둔 권한이라 선거 결과로 자동 소멸하지 않는다.

대미 투자 합의에 대한 영향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협상에서 한국은 관세율을 낮추는 대가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과 2000억 달러 전략 투자를 약속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주도하게 되면 이 투자에 따른 사업들이 의회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가 합의한 투자 항목들은 대부분 미국 의회와 규제 당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노동·환경 기준을 이유로 한 새로운 조건을 부과하고 청문회를 개최할 가능성이 생긴다.
군사 부문 합의도 의회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미 합의 이후 진척이 더딘 핵추진잠수함 추진 사업은 당연히 상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다. 의회의 조사를 핑계로 행정부도 합의이행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대북정책 행보에도 제동을 걸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 최소한 비핵화 목표의 철회다. 민주당 상원은 여기에 우호적이지 않다. 대북 제재 해제에 필요한 의회의 협조 가능성도 그만큼 멀어진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간선거 전도, 뒤도 외교적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표심을 겨냥한 가시적 성과에 매달리면서 통상·안보 현안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거 뒤에는 민주당이 이기면 손발이 묶인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견제가 덜한 외교 무대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수 있고, 공화당이 이기면 거칠 것 없는 '트럼프식 거래'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김영준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Copyright © 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북·미회담 ‘희망 고문’에 540억 달러 청구서만 받아 든 한국
- [카툰] ‘K-라면’이 세계인의 한끼가 되기까지
- “무조건적 절제는 금물! 먹는 즐거움 누리며 유연하게 관리해요”
- ‘세 줄 요약’에 길든 뇌, 생각의 고리가 끊어진다
- 편의점에 휴머노이드 투입한 롯데…모빌리티·바이오·AI로 세계 공략
- “‘라면 먹으러 구미 간다’ 할 정도…산업 도시, 이제는 ‘낭만도시’로”
- “육영수 여사가 ‘담배 좀 줄여주세요’라고 했지…1970년대에 금연운동 한 거야”
-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되는 5가지 이유
- 운용자산 600조 돌파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회공헌도 ‘진심’
- 검찰 해체 이후…힘없는 정의는 국민을 지킬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