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꿀알바', 인터넷 괴담이 드라마가 됐다…폭주하는 젠지 호러

박정선 기자 2026. 10. 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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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알바'
이상한데, 멈출 수가 없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꿀알바' 이야기다.
오는 30일 공개되는 '꿀알바'는 시급 50배부터 시작하는 '꿀알바'만을 소개하는 이상한 인력사무소를 배경으로 청년 이재욱(혁준)이 악몽 같은 노동 현장에 투입되며 펼쳐지는 생계형 밥벌이 호러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각본을 쓰고,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로 주목받은 김다민 감독이 연출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D.P.'와 '약한영웅' 한준희 감독이 기획총괄을 맡았다.
31회 부산국제영화제 부국제 BIFF 온스크린

이재욱이 생계를 위해 초고액 일당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가 기이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청년 혁준을 연기하고, 고민시는 거미인력 주변을 맴돌며 혁준에게 접근하는 연주로 등장한다. 김민하는 귀신보다 거지 되는 게 무서운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자 혁준의 동생인 지윤으로, 이희준은 수상한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변신한다.
괴담을 소비하는 방식도 세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학교나 군대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면 지금의 괴담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숏폼을 타고 번진다. '꿀알바'는 바로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인터넷 괴담의 문법을 드라마 안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꿀알바'

김다민 감독이 연출하고 경민선·이신지 작가가 극본을 쓴 '꿀알바'에는 이재욱, 고민시, 김민하, 이희준 등이 출연한다. 나폴리탄 괴담을 연상시키는 첫 번째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매회 기묘한 사건이 이어진다. 전통적인 공포영화보다는 온라인 괴담이나 유튜브에서 접할 법한 단편 호러에 가까운 감각이다.

2018년 영화 '곤지암'이 당시 젊은 세대에게 익숙했던 폐가 체험과 인터넷 방송을 공포영화의 문법으로 끌어왔다면 '꿀알바'는 2026년의 인터넷 호러를 드라마로 옮긴다. 이미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친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낯선 호러다.

각각의 괴담이 완전히 따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현실과 다른 공간이 존재하고, 개별적인 사건들이 이 세계를 매개로 조금씩 연결된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괴담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면서도 뒤로 갈수록 하나의 큰 세계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꿀알바'
'꿀알바'

전개의 특징은 단연 속도다. 회당 30여 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친절한 설명을 붙이는 대신 곧바로 사건 안으로 뛰어든다. 생소한 상황이 등장해도 그것이 왜 가능한지 일일이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시청자가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사건이 벌어진다. 이 무모할 정도의 속도감이 오히려 작품의 개성이 된다.

'꿀알바'가 단순한 인터넷 괴담 모음집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그 아래 현실적인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와 취업난, 노동 착취, 산업재해 책임 회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요구 등 청년들이 실제 마주하는 문제들이 괴담의 재료가 된다.

제목인 '꿀알바' 역시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보다 나은 조건과 돈을 좇아 일을 받아들인 청년들은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빠진다. 비현실적인 괴물과 기묘한 공간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위험한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만큼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판타지에 가까운 괴담과 청년 세대의 불안이 만나는 지점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이재욱과 김민하는 기괴한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일을 맞닥뜨리고도 생활 연기의 톤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설정을 현실 가까이 끌어온다. 매회 새롭게 등장하는 배우들 역시 각 에피소드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꿀알바'

물론 모든 괴담이 같은 강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설명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방식 역시 누군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른 시청자에게는 불친절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익숙한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기대한다면 작품의 빠른 호흡과 돌출된 전개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꿀알바'의 낯섦은 최근 한국 시리즈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종류다. 나폴리탄 괴담과 인터넷 호러의 감각을 장르물의 세계관으로 확장하고, 그 안에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까지 끌어들였다. 익숙한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문법을 시험한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분명하다.

'꿀알바'라는 제목과 달리 시리즈 속 일자리는 하나같이 조건이 수상하다. 그럼에도 30분짜리 폭주 괴담 열차에 한 번쯤 올라타볼 이유는 충분하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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